민원에 지하철역 위치 변경한 서울시…법원 “건설사에 29억 원 지급”

입력 2020-02-25 12:00 수정 2020-02-2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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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주민 요청으로 종합운동장역 위치를 변경하면서 건설사에 29억 원을 물어주게 됐다. (뉴시스)
▲서울시가 주민 요청으로 종합운동장역 위치를 변경하면서 건설사에 29억 원을 물어주게 됐다. (뉴시스)

서울 지하철 9호선 종합운동장역 건설 공사 중 설계 변경을 한 서울시가 수십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서울시는 건설사들에 약 29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9부(재판장 배성중 부장판사)는 최근 GS건설과 KCC건설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GS건설과 KCC건설에 각각 22억 원, 7억3553만 원 등 총 29억4214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서울시는 2007년 GS건설ㆍKCC건설 컨소시엄과 1371억 원 규모의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이 도급 계약은 총 10차수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공사로 수차례 계약 변경이 이뤄졌다.

건설사들은 2009년 2월 가시설 장비를 투입해 공사에 착수했다. 애초 930정거장(종합운동장역)은 9호선 종점역으로 잠실 종합운동장 주차장 부지에 시공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A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과 종점역에서 중간역으로의 기능 변경 등을 이유로 서울시는 공사를 중단하고 종합운동장역의 위치를 변경하도록 설계 변경을 지시했다.

GS건설 등은 2013~2014년 서울시에 두 차례에 걸쳐 종합운동장역 위치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를 계약 금액에 반영해 달라는 조정 신청서를 보내고, 이듬해 10차 공사까지 마쳤다. 서울시는 10차수 공사대금을 지급하면서 건설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준공 지연을 이유로 지체상금을 제외해 지급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설계 변경과 물가 변동에 따른 △추가공사비 △간접공사비 △감리원 휴일 근무 대가 △미지급 공사대금 △산업안전보건 관리비 △국민건강ㆍ연금 보험료 등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금액 조정신청은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 해야” = GS건설 등은 종합운동장역 위치 변경으로 인한 구조물 공사는 9~10차수 공사까지 지속한 것으로 9차수 계약 중에 이뤄진 계약금액 조정신청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건설사)가 주장하는 추가공사비 등이 종합운동장역 구조물 공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계약금액 조정 신청의 적법 여부는 차수별 계약의 준공대가 수령 전에 이뤄졌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8차수 계약의 준공대가를 받은 이후 조정신청을 통해 계약금액 조정을 요청했다”며 “1~8차수 공사에 관한 계약금액 조정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추가 공사 25건 중 3건만 인정… 계약금액 조정신청 부적법이 발목 = GS건설과 KCC건설은 설계 변경으로 총 25개 항목의 공사를 진행했지만, 추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총 84억6524만 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3건의 추가 공사만 인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건설사에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은 2억2777만 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대부분 청구에 관해 “설계 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청구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건설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종합운동장역 위치 변경에 따라 추가 공사는 있었지만, 8차수 공사 이전에 수행된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9차수 공사 연장은 서울시 책임… 22억 원 인정 = GS건설 측은 종합운동장역 위치 변경으로 공법이 바뀌고, 서울메트로 등 유관기관의 공사 일정 조정 등으로 9차수 공사 기간이 300일 연장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기존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하던 중 서울시로부터 붕괴 위험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받은 뒤 보강하는 방식으로 시공을 재개했다”며 “감정인에 따르면 원고의 시공법이 잘못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근본적인 원인은 종합운동장역 위치 변경에 따른 공사 현장의 변경이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GS건설 등이 공사 기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간접공사비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는 원고들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으로서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차수 미지급 대금도 서울시가 내야… 건설사, 다른 청구는 기각 = 서울시는 10차수 공사대금을 지급하면서 공사 기간 지연을 이유로 공사대금 중 지체상금 5억1000만 원을 제외했다.

재판부는 “애초 종합운동장역이 건축될 주차장 부지와 달리 위치가 변경된 곳은 다수의 장애물이 존재해 공사의 난도가 높아졌다”며 “서울시의 책임이 인정된 9차수 공사 기간의 연장으로 인해 10차수 공사의 진척도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GS건설 등이 청구한 감리원 휴일 근무 대가, 산업안전보건 관리비, 국민건강ㆍ연금 보험료 등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종합운동장역 위치 변경으로 인해 서울시가 건설사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총 29억4214만 원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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