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에 코로나까지...이란, 국제사회 고립 심화

입력 2020-02-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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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한 약국에 약을 사러 온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테헤란/AFP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한 약국에 약을 사러 온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테헤란/AFP연합뉴스

이란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에 이어 이란이 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 돼 가고 있다. 안 그래도 오랜 경제 제재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란에 코로나 사태까지 덮치면서 고립이 가속화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날까지 확진자 61명, 사망자 12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을 제외하고 사망자가 가장 많다. 지난 19일 첫 감염자 발생 후 불과 며칠 새 상황이 급변했다. 치사율은 무려 20%에 달해 다른 나라 치사율(2%)의 10배에 이른다.

이란의 확산 속도가 가파른 이유로 무엇보다 낙후한 의료시설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제재로 이란에 최신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방역과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이란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외국 방문 경험이 없는 이란 내 확진자의 감염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의 역사는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 혁명 당시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국은 이란과 단교하고 경제제재를 부과했다.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이란이 국제사회와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면서 경제제재가 해제되기도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고 지난 1월 이라크 공군기지 공습 이후 추가 제재까지 단행한 상태다. 이로써 이란은 원유 거래 등 돈줄이 막혀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란이 코로나에 속수무책으로 뚫리면서 중동 지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쿠웨이트 3명, 바레인 1명, 오만 2명 등 아라비아반도의 걸프 지역 7개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예멘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모두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들 지역의 감염원은 모두 이란을 다녀온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이 중동 지역 바이러스 전파의 숙주로 떠오르자 이들 국가들은 이란에 빗장을 걸어 잠갔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매년 수백만 명의 무슬림이 성지순례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변국가들이 이란을 고립시키는 모양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 정부는 21일 이란행 항공노선을 일시 중단하고 이란과 이어진 국경 출입국 검문소를 차단했다. 또 자국민을 제외하고 최근 2주 이내 이란에서 체류했던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어 선박의 입항도 불허했다. 바레인 정부도 최근 2주 이내 이란에서 체류했던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오만과 아프간 정부도 이란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지했다. 이란과 적대적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방문 및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했다. UAE 정부는 이란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고 자국민의 왕래를 불허했다.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로 궁지에 몰린 이란이 코로나 악재까지 겹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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