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아영의 발명 이야기] 콘택트렌즈의 진화, 5G 시대엔?

입력 2020-02-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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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카톨릭대 바이오메디대학 교수

물이 가득 담긴 반구형(半球形)의 그릇에 눈을 담그면 각막 표면을 물이 둘러싸게 되어 굴절률을 변화시킨다는 발견을 통해 1880년대 후반 두 명의 안과 의사와 한 명의 의학도가 각각 개별적으로 콘택트렌즈를 발명하였다. 의사였던 아돌프 픽과 오이게네 칼트는 자신의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콘택트렌즈를 발명한 반면, 의학도였던 아우구스트 뮬러는 자신의 근시를 교정하기 위해 콘택트렌즈를 발명하였다.

초기 렌즈는 눈에 직접적으로 닿는, 문자 그대로 유리 렌즈였다. 이러한 렌즈는 통증과 팽창, 각막 저산소증을 유발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잠시 동안만 렌즈를 착용하였다. 눈의 각막 표면과 공기의 순환을 억제하여 각막 부종이나 염증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콘택트렌즈는 1935년부터 1939년까지 미국에서만 1만 개 이상이 판매되었다.

1948년 케빈 투오이가 PMMA(polymethyl methacrylate, 양볼록렌즈의 재질)를 사용한 플라스틱 콘택트렌즈를 개발하여, 이듬해 그 판매량이 20만 개에 달했다. 하지만 PMMA는 여전히 각막 저산소증을 야기시켰기 때문에 1950년대에는 HEMA(Hydroxyethyl methacrylate, 소프트렌즈의 재질)로 교체되었다. 이어 1971년 바슈롬이 획기적인 소프트렌즈를 선보이면서, 21세기에는 콘텍트렌즈를 착용한 사람이 1억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HEMA 재질 역시 만족할 만한 산소 투과율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장시간 착용이 눈의 피로와 다른 부작용들을 야기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분자량이 보다 크면서 인체에 무해한 소재로서 실리콘 재질이 주목받았으며, 아큐브와 바슈롬에서 실리콘에 하이드로겔 재질을 합성하거나 공중합하여 렌즈의 산소 투과도를 높인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가 탄생하였다. 실리콘이라는 소수성(疏水性, hydrophobic) 재질에 하이드로겔이라는 친수성(親水性, hydrophilic) 소재를 중합하는 과정은 곧 기름에 물을 섞어 하나의 재질을 만드는 것인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가교제(架橋劑)부터 개시제(開始劑)까지 일일이 비율별로 검토하고, 때론 실리콘을 합성하여 가장 안정적 단계의 원재료(raw material)를 만드는 것을 포함, 이 물질이 반구 형태에서 최적의 중합도를 가지고 반응하여 미반응 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도 검토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존 HEMA 재질에 비해 3배 이상의 산소 투과성을 지녀 눈 건강에 진보적인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단백질 침착이라는 새로운 문제의 해결도 남아 있는 과제이다.

우리나라는 건강을 위한 생체 친화적 렌즈부터 최근에는 미용 위주의 렌즈까지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동남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컬러 렌즈가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공(瞳孔) 중심의 렌즈 광학부를 배제한 주변 에지 부분에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을 적용해 착용 시 눈에 개성을 주는 렌즈들이다. 여기에 청광(블루라이트) 차단과 자외선(UV) 차단 등의 기능성을 더한 렌즈는 물론, 앞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여 착용한 렌즈로부터 누액(淚液) 성분을 분석하여 당뇨 등의 수치까지 앱을 통하여 정보를 얻는 시대가 눈앞이다.

시력 보정이라는 본질적 기능에서 미용 위주의 렌즈를 거쳐 스마트 렌즈로의 발전까지 10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앞으로 렌즈의 발달은 또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착용하는 렌즈를 통하여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아이덴티티를 식별하며 각종 보안을 필요로 하는 일에 적용하는,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법한 일들이 현재 일부 적용되고 있으며 또 개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필요에 의한 발명’이라는 개념은 아직 흔들리지 않는 명제임에 틀림없으나, 이러한 ‘개념에 의존하는 발명’이라는 영역도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거라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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