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팔고 채권 사고...‘코로나19’에 자금 이동

입력 2020-02-2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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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투자금이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채와 통안증권 등 전체 상장채권의 잔고는 24일 기준 약 129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6조 원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외국인 상장채권 잔고를 월말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9월 말 127조2000억 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감소해 지난해 말에는 123조7000억 원까지 감소했다.

올해 외국인 채권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1월 말 상장채권 잔고는 128조4000억 원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잔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외국인 상장채권 잔고는 현재까지 4조7000억 원가량 급증했다.

채권은 순매매 액수가 아닌 보유 잔액을 지표로 투자 규모를 판단한다. 주식과 달리 만기가 정해져 있어 시장에서 채권을 팔지 않아도 만기가 돌아오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채권시장의 흐름은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대거 팔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이달 2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024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24일에는 7860억 원, 25일에는 7696억 원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외국인 자금이 채권에 몰리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인 주식보다 안전자산인 채권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국내 주가지수는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채권 가격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코스피는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28일 3.09% 급락한 것을 시작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24일에는 주말 동안 확진자 수가 급증한 영향으로 지수가 3.87%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반해 채권은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장 마감 시점을 기준으로 이달 18일 국고채 1년물이 연 1.237%로 기준금리(연 1.25%) 이하로 하락한 데 이어 20일에는 3년물(연 1.234%), 24일에는 5년물(연 1.236%) 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채권 투자 심리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코로나19의 위기 경보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이후 처음으로 ‘심각’으로 격상한 만큼 한은이 폴리시믹스(정책조합) 차원에서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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