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이번달 55인치 LCD TV용 패널 가격은 111달러(약 13만5000원)로 전달(102달러)보다 9% 상승했다. 40개월 만에 최대 수준의 상승폭이다.
중국 업체들의 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는데, 당분간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대형 LCD 사업 적자 탓에 실적이 크게 꺾였는데, 이번 LCD 가격 반등은 두 회사에 좋은 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태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데 있다. LCD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요인이고, 중장기적으로 세트 업체 수요 부진과 OLED 등 차세대 주력 품목의 생산 차질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 공장 정상 가동 시기는 올해 2분기로 재차 지연됐다. 지난달에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경기도 파주 10.5세대 OLED 생산라인(P10) 가동 시점도 다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생산 시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난 지난 10일부터 현지 공장 가동을 재개했지만, 가동률은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 근로 인력 부족과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ㆍ부자재 등의 수급에 일부 차질이 생긴 탓이다.
게다가 국내에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근로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사업장 폐쇄 등으로 치명적인 경영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 구미 사업장의 근무 인원은 생산직과 사무직을 합해 총 1만여명 수준이다. 이 중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사업장 폐쇄는 물론 근무자 1만 명 격리 조치가 불가피하다.
중소형 OLED 주요 고객인 애플의 아이폰 생산 차질도 삼성과 LG디스플레이에 악재다. 애플은 중국 폭스콘 공장의 정상 가동을 위해 3000위안(약 52만 원)에 달하는 인센티브 지급에 나섰지만, 공장 근로자들이 복귀하지 않아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의 LCD 생산 능력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점점 줄고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TV와 스마트폰 등 세트 수요 감소를 촉발하고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