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면세업계,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해달라"…면세점 입찰은 '흥행'

입력 2020-02-26 16:00 수정 2020-02-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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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ㆍ신라ㆍ신세계ㆍ현대백 4곳 참가…27일 가격입찰서 제출 내달중 선정 업체 결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 분담을 위한 임대료 인하 행렬이 줄을 잇는 가운데 패닉 상태에 빠진 면세업계만은 이를 비껴가는 모양새다.

면세업계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공항 내 매장 임대료와 인도장 영업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사 측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인천공항 출입국 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만 명 안팎이었으나, 23일 10만4790명으로 떨어진 뒤 25일에는 8만7690명으로 반토막 났다. 공항 이용객이 절반으로 줄자 코로나19 이후 롯데ㆍ신라ㆍ신세계 등 면세업계 매출도 40~50%가량 급감했다.

이에 한국면세점협회는 11일 매장 임대료와 인도장 영업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인천공항공사에 보냈고, 공항공사는 17일 감면 대신 영업시간 축소, 심야영업 단축 등 완화된 방안을 다시 제안해 달라고 회신했다. 26일 현재 한국면세점협회는 “회원사들 의견을 취합해서 이를 수용할지 다른 방안을 다시 제안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는 신종인플루엔자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3월 출국장 면세점 임대료를 1년간 10% 감면해 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로 공항 면세점 매출 타격을 판단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며 임대료 감면에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공사 측은 “영업시간 조정이나 심야시간 축소에 대해 면세점협회 측에서 요청하면 검토할 것이지만, 임대료 감면 문제는 아직 코로나19로 공항 면세점 매출 타격이 본격화했다고 판단할 만큼 기간이 길지 않았다. 다만 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그에 맞춰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항에는 면세점뿐 아니라 식음료매장, 약국 등 여타 상업시설도 들어서 있어 인천공항공사 측은 면세점 임대료를 감면하면 다른 상업시설까지 일괄적으로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면세업계는 인천공항공사 측이 제안한 영업시간 축소, 심야영업 단축안에 대해선 매출 감소를 우려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항 이용객이 줄었는데 영업시간까지 단축하면 판매 기회를 아예 상실하는 상황이라 매출 손실을 보전해 주는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8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인천국제공항 제1 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입찰 절차가 이날 시작됐다. 롯데ㆍ신라ㆍ신세계 빅3 면세점에 이어 2018년 면세사업을 시작해 이달 시내 면세점 2호점까지 개장한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입찰 참여 의사를 내비쳐 코로나19 사태에도 입찰은 흥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시내 면세점 수익성이 악화한 만큼 무리한 베팅에 나서는 업체는 드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면세점 입찰 참가 신청서를 받았다. 입찰 참가를 희망하는 업체는 27일까지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내야 한다.

입찰 대상 구역은 롯데(DF3 주류·담배), 신라(DF2 화장품·향수, DF4 주류·담배, DF6 패션·잡화), 신세계(DF7 패션·잡화) 등 대기업 구역 5곳과 SM면세점(DF9 전 품목), 시티플러스(DF10 전 품목), 엔타스듀티프리(DF12 주류·담배) 등 중소기업 구역 3곳 등 총 8곳이다.

이번 입찰에서 접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는 곳은 화장품·향수 구역이다. 이 구역은 현재 신라면세점이 운영 중으로 매출이 가장 높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현재 주류와 담배 사업권만 보유한 만큼 기존 사업권을 지키면서 화장품ㆍ향수, 패션ㆍ잡화 등 다른 카테고리 사업권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라면세점도 기존 운영 중인 화장품ㆍ향수 구역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다른 사업권 확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면세점은 롯데면세점이 반납한 사업권을 이어받고 시장 점유율을 18%까지 높인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업권을 늘려갈 심산이다. 신세계면세점 측 관계자는 “5개 구역 다 참여하는 방안부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했다”고 말했다.

입찰은 흥행이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계로서는 무리한 베팅을 하는 업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은 임대료가 너무 비싸 수익을 내기 어려워 시내 면세점 흑자로 공항 면세점 적자를 메우는 구조인데 코로나19로 시내 면세점 매출이 50% 가까이 떨어진 마당에 업체들이 무리하게 입찰 금액을 써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사업자인 SM면세점 역시 이번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SM면세점 관계자는 “중소 면세점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SM면세점은 5년 동안 인천공항에서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입국장도 이번에 들어갔기 때문에 출국장도 다시 한번 도전해서 최대한 많은 사업권을 따내는 게 목표”라며 “모기업인 하나투어를 바탕으로 여행업이 다시 활성화하면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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