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확산되는 ‘코리아포비아’…외교력 부족 비판도

입력 2020-02-26 17:04 수정 2020-02-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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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전례없는 '코리아 포비아'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급속도로 확산함에 따라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가 확산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외교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금지를 하는 국가는 16곳이다. 나우루, 마이크로네시아, 모리셔스, 바레인, 베트남, 사모아, 사모아(미국령), 솔로몬제도, 싱가포르, 요르단, 이스라엘, 이라크, 키리바시, 홍콩, 쿠웨이트, 투발루 등이다. 주로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고 감염병에 취약한 작은 규모의 섬나라가 많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이란 주변 중동국들도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전날과 비교하면 베트남과 싱가포르, 이라크 등 3곳이 늘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대구·경북 한국인이거나 최근 14일 이내 지역을 방문·경유한 경우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도 비슷한 조처를 할 예정이다. 일본은 26일자로 대구와 경북 청도에 체류한 경력이 있는 외국인들 입국 거부를 공식 결정하고, 외교부에 공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는 외교부 공식집계 외에도 더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한국인 입국 제한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웨이하이, 다롄, 무단장, 선양, 칭다오 등 지방정부에서는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강제 격리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휴양지로 유명해진 아프리카 세이셸공화국 또한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 등에서 오는 항공기와 선박의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공지했다.

문제는 이들 국가나 지방정부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했다는 점이다. 외교부가 다른 나라의 조치를 막을 수는 없지만 타국에 도착한 우리 국민이 예상치 못한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 22일 이스라엘이 입국 금지 조치를 하는 것을 사전에 알고 대응 조치를 취하는 데 실패했다. 23일 모리셔스에 도착한 한국인 신혼부부 34명이 예고 없이 열악한 시설에 격리당할 때도 외교부는 제때 자국민 보호에 나서지 않았다.

외교부는 늦게나마 지난 25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103개 주한 외교단을 불러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을 설명하며 입국제한 등 과도한 조치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정부와 협의하지 않고 한국인 입국을 제한한 이스라엘과 모리셔스, 베트남 등에 대해서는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외교부의 이같은 요청이 있은 뒤에도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고 있어 별다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위기대응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던 시점에 외교적 조치가 미리 충분히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교부가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의 ‘외교력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핵군축·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에서 중국 지방정부의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과도한 조치"라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중국 정부는 이번 문제가 지방정부 권한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조치가 이뤄지기에 앞서 물밑에서 작동해야 할 ‘외교 채널’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 대한 각국의 여행경보도 격상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 24일자로 대구·청도에 여행경보 4단계를, 한국 전역에 3단계를 발령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대구·청도 3단계, 한국 전역에 2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미국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여행경보를 3단계로 올렸으며, 캐나다도 2단계로 격상했다. 프랑스도 25일(현지시간) 한국 여행 경보 등급을 기존 1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다. 일본도 대구·경북 감염 위험 정보 경보를 2단계로 올리고, 불필요한 여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몽골과 뉴질랜드, 쿠웨이트는 아예 한국 노선을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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