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위대한 개츠비'의 눈물을 봤다

입력 2020-02-26 17:39 수정 2020-02-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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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위대한 개츠비'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개츠비 맨션'에 초대됐다. 오직 초청받은 이에게만 허락된다는 초호화 파티에 갈 수 있는 기회다.

망설였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린 '이머시브 시어터'(관객 참여형 공연)이란 소개말이 살짝 부담스러웠다. 혼자 가서 보면 안 될 것 같고, 1920년대 의상 설정에 맞추지 못하면 '아싸'(아웃사이더)가 될 것만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혼자 오셨어요? 개츠비를 아세요?"

큰맘 먹고 발을 디딘 순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머틀 윌슨'(장향희)와 '조지 윌슨'(박성광)의 기분 좋은 '아는 척'이었다.

2층에 펼쳐진 파티장엔 1920년대 미국 풍경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공연은 미국 소설가 F. 스콜 피츠 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원작으로 한다. 관객들은 당시 시대 속으로 빠져든 모습이었다. 커다란 중절모를 쓰거나 우아한 브로치를 단 채 파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웰컴 드링크'를 받아들었다. 스윙 리듬이 나오고, 관객들은 닉 캐러웨이(이기현)의 가르침에 따라 발동작과 손동작을 배웠다. 관객과 배우는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를 마주한 채 어울려 춤을 췄다. 처음엔 어색한 듯 의자에만 앉아있던 관객들도 자리에서 하나둘 일어섰다.

춤을 따라 춘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 로비에선 주로 '위대한 개츠비'의 중심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공연장에 마련된 총 3개의 방엔 여러 인물의 속사정이 펼쳐지기 때문에 주저하면 안 된다. 인원수 제한이 있어 쭈뼛거리다간 방에 들어갈 수 없다.

총 3개의 방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로비에만 있어도 어떤 방에 따라 들어가도 못 보는 장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게 묘미다. 상상할 수 있기 때문.

▲배우와 관객이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배우와 관객이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공연 말미, 운 좋게 '제이 개츠비'(박정복)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20여 명의 관객이 개츠비의 연기에 주목하고 있었다.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백만장자 개츠비가 옛 연인이자 평생 사랑한 여인 '데이지 뷰캐넌'(이서영)가 낸 사고를 떠안기로 결심한 순간이다.

코앞에서 전달되는 개츠비의 분노, 눈물, 상실을 보며 관객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개츠비는 방 안에 마련된 또 다른 밀실로 두 명의 관객을 데리고 들어갔다. 이후 방에서 나온 관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물었다. 이들은 "개츠비가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 듯 아픈지 고백하며 눈물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더 깊은 대화를 듣기 위해선 또다시 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공연이 조기 폐막한다. 조금 낯선 형식이지만, 왜 2017년 런던 축전 '볼트 페스티벌'에서 '이머시스 개츠비'라는 타이틀로 초연하며 매진 사례를 기록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재연한다면, 재방문율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28일까지 서울 을지로 그레뱅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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