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구팀의 ‘우유 섭취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국내에 발표되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은 “오히려 매일 1컵 이상의 우유 섭취는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국제역학저널을 통해 ‘식물성 및 동물성 식품이 유방암에 주는 영향’에 대한 연구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본 자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로마린다 대학 연구팀이 진행했다.
연구팀은 약 8년간 52,795명의 여성을 추적 관찰했으며, FFQ(food-frequency questionnaires) 설문지를 이용한 식이 기록법, 24시간 회상법 등을 통해 조사하고 건강 상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1,057명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했고, 치즈나 요구르트는 유방암 발생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으나 우유를 섭취하는 사람들은 유방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유 내 rBGH(젖소 성장호르몬),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이 유방암 발생 위험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덧붙여, 콩 식품은 유방암과 관련이 없었다며, 미국인들에게 식물성 식품 섭취를 권고했다.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위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으며, 특히 rBGH는 인간에게서 활성기전이 없으므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우유 속 IGF-1은 극히 미량인 데다 이마저도 소화 과정에서 모두 분해되기 때문에 유방암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김형미 강남세브란스병원 팀장은 “우유 속의 IGF-1은 단백질이다. 이 성분은 위산과 소화 효소에 의해 파괴되므로 우리 몸에 직접 흡수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약으로 투약할 수 없는 것과 유사하다. 오히려 인체에서 IGF-1의 혈중 농도는 유전적 요인, 체중과 신체 건강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암에 걸렸을 때 증가할 수도 있다”며, “암 발병률이 반드시 우유 속에 있는 IGF-1의 영향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올 1월, 우유 섭취가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2004~2013년 전국 38개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40∼69세 여성 9만3천306명의 빅데이터(HEXA study)를 기반으로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의 유방암 발생 여부를 국가암등록사업 자료와 연계해 평균 6.3년에 걸쳐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출산력, 첫출산 나이, 초경 나이 등 여성력과 사회인구학적 변수는 모두 바로잡았다.
결과를 살펴보면, 50세 미만 여성의 경우 우유를 하루에 1컵(200㎖) 이상 마시는 그룹(6천261명)의 유방암 발생 위험이 일주일에 1컵 미만으로 마시는 그룹(1만2천464명)에 견줘 42% 낮았다. 매일은 아니지만, 1주일에 2∼6일 우유를 마시는 50세 미만 그룹(5천792명)에서도 유방암 발생 위험은 13% 낮게 평가됐다. 특히 40대 연령대에서는 하루에 마시는 우유 섭취량이 많을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더 낮아지는 상관관계가 뚜렷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강대희 교수는 "우유 속 칼슘은 유방암 세포에 항증식성을 갖고 있어 유방암 발생에 보호 효과가 있고, 비타민 D는 세포 분화 및 사포 사멸을 증가시켜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아지게 한다"면서 "유방암 예방 측면에서 보면 젊을 때부터 우유를 매일 1컵 이상 마시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최근 우유•유제품과 관련해 다양한 관점의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연구들은 우리나라 상황과 맞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최근 국내 코로나19의 급속확산에 따라 국민들의 건강관리가 최우선인 이 때, 면역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하루 두 잔의 우유 섭취는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