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차이나 게이트’…“아니면 말고”

입력 2020-03-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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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 식의 괴소문이 가득했던 주말이었다.

30명 선으로 잘 억제하고 있다고 생각해 잠시 마음을 놓았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 2000명으로, 다시 3000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벌어진 일이다.

지난 일요일이었던 제101주년 삼일절, 포털 급상승 검색어에는 온종일 ‘차이나 게이트’라는 단어가 1위에 올랐다. 국내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선족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이 연이어 올라왔기 때문이다.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한 해당 글에는 “조선족들이 한국의 모든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면서 “비밀로 하려다가 진실을 모르고 평생 살아야 하는 한국인이 안쓰러워 이런 진실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 응원 글의 작성자는) 대다수가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조선족) 대학생들이며, 네이버의 베스트 댓글과 여성 위주의 카페에 올라오는 댓글도 모두 우리 손을 거친다”고 쓰여 있다. 다시 말해, 현 정권을 응원하는 게시글은 거의 100% 조선족과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주한 한족 유학생으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터넷상에서 중국의 조종과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

해당 글은 ‘왜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았는가’라는 논란의 근거로 활용되면서, 주말 내내 카페나 블로그 등에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다. 확진자가 4000명을 돌파한 2일에도 ‘차이나 게이트’라는 키워드는 포털 급상승 검색어에 계속 순위를 바꾸며 자리를 지켰다. 일부 네티즌은 중국인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특정 반중 사이트를 ‘낚시 링크’로 몰래 삽입, 대통령을 응원하는 청와대 청원 바로가기 링크를 올리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소문의 시작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의 조직적 여론 조작 및 국권침탈행위를 엄중하게 수사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으로 촉발됐다. 이 청원 글에는 “(2월) 25일까지 폭주하던 청와대의 중국발 트래픽(33%)은 한국인의 중국인 차단이 진행되자마자 귀신같이 줄어들어 현재는 0.53%의 트래픽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과거 광우병, 사드 때부터 우한폐렴으로 나라 안팎이 분열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사회적 갈등의 뒷배경에 중국이 있었다”라고 적었다.

일파만파로 소문이 확산하자, 네이버는 1일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데이터를 살펴보니 2018년 동계올림픽 당시 심판판정에 불만을 가진 중국 네티즌들이 달았던 네이버 뉴스 댓글 등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자료가 ‘차이나 게이트’ 주장 근거로 쓰이고 있다는 것. 오히려 네이버는 댓글 속 중국 비중은 코로나 사태를 전후해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오후 9시 기준으로 네이버 뉴스 댓글 통계에서 중국에서 작성한 댓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0.57%로 미국에 이어 3위에 불과했다. 중국발 네이버 뉴스 댓글 비중은 1월 0.6~0.7%를 오가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던 1월 말~2월 초 0.4%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3~4위를 오갔다. 의도를 가진 특정 국가 세력이 활동하는 낌새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발표다.

‘공포’가 ‘무지함’과 화학작용을 하면 ‘혐오’가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중국 탓을 할 때도, 일본을 비웃을 때도 아니다. 공포를 이용해 편 가르기 하려는 집단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들의 움직임에는 떳떳하지 않은 의도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중국이 배후에 있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보다는 자발적으로 대구로 달려간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익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더 주목하자. 시장 문은 닫았지만,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해 밤새 도시락을 싼 칠성야시장 상인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자. 그리고 “너무 많은 정보 공개가 두려움을 준다”는 몇 나라의 궤변과 달리, 코로나19에 대한 단호한 원칙과 투명성, 침착한 대응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방역당국에 대한 응원도 지금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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