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기업 신용등급 잔인한 봄…‘신용 강등’ 쓰나미 덮칠라

입력 2020-03-02 14:32 수정 2020-03-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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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용등급 대란이 다시 올 수 있다.” 최근 신용평가회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세계적인 경기둔화와 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실적·재무구조가 악화한 기업들에 경고장(부정적 등급전망)을 보내거나 불량 기업으로 낙인(신용등급 하향)을 찍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A팀장은 “불안한 대내외 환경에 신평사들이 보다 발 빠르게 실적을 반영해 등급을 조정하면서 올해 정기평가로 인한 신용등급 조정은 3~4월에 집중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2일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국내신용평가사 3곳에 따르면 올 초부터 2월 말까지 무보증 회사채 기준 △한신평 4곳(이마트, LG디스플레이, 에코마이스터, OCI) △나신평 3곳(에이유, LG디스플레이, 이마트) △한기평 4곳(에이유, LG디스플레이, 현진소재, 에코마이스터)의 기업 등급을 내렸다.

1월과 2월에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뀐 기업도 3곳이나 된다. 한신평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등급 전망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한기평은 현대로템과 OCI의 단기모니터링 등급 감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했다. 무디스는 △이마트(Baa3→Ba1) △SK이노베이션(Baa1→Baa2) △SK종합화학(Baa1→Baa2) 등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강등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KCC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변경했다.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강등 쓰나미’를 예고하는 전망은 수치로 나온다.

당장 실적이 뒷걸음질하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45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0조75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1조5203억 원)대비 3.55% 감소한 수치다.

기업실적이 곤두박질치면 나라 경제가 좋을리 없다. 블룸버그가 42개 국제 경제연구기관·투자은행(IB)에서 집계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보면, 5개 기관이 1%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주요 3사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국내 주요 산업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 특히 소매유통·생명보험·부동산신탁 업종은 3가지 요소(사업환경·실적방향·등급전망)에서 모두 부정적 평가를 했다. 송태준 한기평 평가정책본부 평가기준실 실장은 “아웃룩에서 긍정적 전망에서 부정적 전망을 뺀 수치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2018년 양자 간 차이가 줄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양자 간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며 “예측지표들이 부정적 방향을 가르키고 있는데다 대외적 리스크들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돼 크레딧 관점에서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도 점점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무디스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이에 대한 대응 조치들은 한국 기업의 신용도를 비롯해 여러 산업에 걸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에 기반을 둔 생산 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생산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향후 수개월간 내수 경기를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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