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이 기록적인 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매수’ 일색의 리포트만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리포트 의존도가 높은 개인투자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월 31일부터 2월 28일까지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 6700여 개 중 투자의견으로 ‘매도’를 제시한 곳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두 투자의견 ‘매수(BUY)’를 제시하거나 ‘비중유지(HOLD)’를 추천했다. 그러나 ‘매수’ 권고를 많이 받은 종목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간 가장 많은 매수 의견을 받은 종목은 SK텔레콤(21건), 삼성전자(20건)다. 같은 기간 이들 종목의 주가는 각각 7.41%, 3.90%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단기 조정을 매수 기회로’, ‘조정=매수기회’, ‘우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걱정하지 않습니다’ 등 증권사 20개사가 모두 저점 매수를 권했다.
이 밖에도 SK하이닉스(19건), 아모레퍼시픽(19건), 신한지주(18건), POSCO(16건), 호텔신라(16건), KT&G(12건) 등의 매수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신한지주(-17.5%), 아모레퍼시픽(-14.36%), KT&G(-10.94%), 호텔신라(-8.12%), SK하이닉스(-5.99%) 등 대부분 종목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들은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종목에 포함된 종목들로 평균 8.8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증권사는 외국인의 대규모 물량 출회로 지수가 하락하던 25일에도 ‘매수’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한 대형 증권사는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지만 매도 실익이 크지 않으므로 점진적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고 주문했다.
반면 리포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종목 대부분은 상승했다. 244억 원어치를 사들인 삼천당제약의 경우 주가가 36.68%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관련 리포트는 1건에 불과했다. 이 밖에도 DB손해보험(11건), 셀트리온헬스케어(5건) 등은 증권사의 매수 추천 권고가 적었음에도 각각 1.88%, 13.29% 등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외국인이 연일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증권사들은 여전히 ‘저점 매수’를 권하고 있다”며 “개인들은 무리하게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면서 반대매매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는 개인투자자의 리포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증권사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