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급 재난에…중앙은행 총재들, 구원투수로 속속 등판

입력 2020-03-02 15:15 수정 2020-03-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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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의장 이어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도 긴급 성명…신흥국 이어 선진국도 금리 인하 나설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세계 경제와 시장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급 충격파를 보내면서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구원투수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이어 2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시장의 코로나19 패닉을 진정시키고자 이례적으로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근거로 “적절한 금융시장 조정과 자산 매입 구현을 통해 윤택한 자금 공급과 금융시장 안정 확보를 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일본은행 총재가 담화를 발표한 것은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서 ‘탈퇴’로 결정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본 것이다.

또 일본은행은 이날 오전 금융기관으로부터 2주간 한시적으로 일본 국채를 매입해 5000억 엔(약 5조5400억 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는 특별 공개시장 조작을 약 4년 만에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한때 미국 달러당 107엔대 초반으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는데, 구로다 총재의 긴급 담화 이후 108엔대로 하락했다. 도쿄증시도 오름세로 마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8일 긴급 성명에서 “경제를 지원하고자 필요하다면 대응에 나설 준비가 됐다”며 시장에 조기 금리 인하 신호를 줬다. 이에 3% 넘게 떨어지던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2%가량 낙폭을 줄였다.

앞서 태국, 터키,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20개 신흥국이 코로나19 충격에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이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는 모양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연준 대응팀에 있었던 빌 넬슨 은행정책연구소(BP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일 오전(미국 동부시간 기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동시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인민은행과 홍콩 금융관리국(HKMA)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07년과 2008년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동 행동이 수요일에 맞춰 단행된 점을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인하 폭은 최소 50bp(1bp=0.01%포인트)이고 75bp로 봤다.

같은 날 골드만삭스도 “연준이 이달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고 2분기 추가로 내려 상반기에 총 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코로나19 사태가 전개되는 과정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염병 발발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지 아직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정책결정자들은 현 상황을 매우 신중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유럽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ECB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 대책에 나설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ECB는 1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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