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시정24시] 코로나19 대응, 소통이 필요하다

입력 2020-03-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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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차장

“늑장 대응으로 사람들이 죽는 것 보다는 과잉 대응으로 비난받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에서의 대사 중 하나다.

영화 속만의 얘기였던 세상이 현실이 돼버렸다. 컨테이젼은 박쥐에서 시작된 최초 감염자로부터 일상 접촉만으로 3개월 만에 전 세계 10억 명에게 감염이 확산됐다. 아무도 집 밖에 나서지 않게 돼 텅 빈 거리 풍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현실 속 대한민국과 비슷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유치원이 휴원하고 초ㆍ중ㆍ고교와 대학의 개학(개강)이 미뤄졌다. 대형마트나 식당에도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집단 감염과 지역 확산의 양상을 띠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3일 0시 현재 전국에 4812명의 확진자 발생하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45일이 지났지만 정부의 대응에 아쉬움이 많다. 초기에 방역 역량을 과신해 국민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 치중한 나머지 우리 사회의 방역태세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되고 나서는 제때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섰어야 할 마스크 수급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마스크 대란'을 낳았다.

특히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서 돌아온 한국인”이라고 주장했다가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대구 코로나’라고 했다가 물의를 빚거나 ‘대구 봉쇄’ 발언으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 부처 간, 중앙정부ㆍ지방자치단체 간 엇박자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일고,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해 불필요한 논쟁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방역대책반을 설치하고 24시간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2월 14일 서울관광 활성화 대책, 18일 소비ㆍ내수 진작과 피해 기업 지원, 23일 지하상가 임대료 납부 유예 등 지원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또한 정부와 타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들에게 ‘잠시 멈춤 4대 전략’을 제안하면서 확산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백신도 치료법도 없는 감염병의 확산으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물리적ㆍ심리적ㆍ정서적 어려움을 한꺼번에 느끼는 중이다.

함부로 어디를 다닐 수도 없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조심스럽다.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일도 찜찜하다. 그보다 더 심각한 심리적 저항은 ‘혹시’하면서 주변 사람을 바라보며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컨테이젼의 대사처럼 비난받더라도 대한민국은 강도 높은 조치가 더욱더 필요한 상황이다.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이 생각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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