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사내이사를 2명 체제로 전환했다. 유일한 지주 사내이사인 손태승<사진> 회장이 현재 파생결합펀드(DLF)사태로 금융당국 징계와 관련해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경영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다.
우리금융은 3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지주 이사회 멤버를 기존 7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손 회장과 함께 이사회에 참여할 사내이사 1명을 추가 선임하고, 과점주주인 대만 푸본금융그룹 측 인사도 사외이사에 추가했다.
이사회는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5명, 비상임이사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는 손 회장 한 명뿐인데 2명으로 늘린 것이다. 사내이사를 1명 더 늘리는 것은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서다.
현재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아 연임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행정소송이라는 법적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손 회장의 부재 상황을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후임으로 마땅한 후보군이 없어서 손 회장 부재시 차선책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뽑아 회장 유고시 직무 대행을 맡기는 동시에 차기 회장 후보를 육성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이사회는 또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과점주주인 푸본생명 측 첨문악 전 푸본은행 부회장을 추천했다. 첨 전 부회장은 씨티은행(대만) 부사장, 중국신탁상업은행 수석부사장, 중국 플러톤금융지주 전무이사를 거쳐 푸본금융지주 수석부사장과 푸본은행 CEO를 지냈다. 201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푸본은행 부회장을 역임했다.
푸본생명 측 인사의 이사회 합류는 예정된 수순이다. 푸본생명이 지난해 9월 우리금융 지분 4%를 4000억 원에 매입해 과점주주가 됐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과점주주 측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다.
이 부사장과 첨 전 부회장은 오는 25일 우리금융 정기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각각 사내이사, 사외이사로서의 임기를 시작한다.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측 파견 비상임이사도 임기만료에 따라 변경된다. 새 비상임이사는 김홍태 예보 혁신전략실장이 맡는다.
우리금융은 또 금융지주회사 최초로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는 내부통제기준 유효성 검증과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실효적인 내부통제 기준 등을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 중심의 주주 책임경영과 주주·고객 친화적인 정책을 실천해온 우리금융지주는 외국인 사외이사 확대에 따른 이사회의 독립성, 투명성, 전문성 강화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사회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 차기 회장 후보자로 손 회장을 최종 추천했다. 앞서 DLF 손실 사태로 문책경고를 받았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는 만큼 손 회장의 연임은 물건너 간다. 하지만, 이사회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가 최종 통보될 때까지는 손 회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해 준 것이다.
손 회장은 금융당국으로 제재 통보를 받으면 행정소송과 함께 제재 효력을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연임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