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임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50%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확대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1.00~1.25%로 낮아졌다.
이번 결정은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연준은 당초 오는 17~18일 정례 FOMC가 잡혀져 있었지만 이때 금리를 내리는 대신 긴급회의에서 앞당겨 결정한 것이다. 연준이 정례 FOMC 이외 시기에서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금리 인하폭도 기존의 0.25%포인트의 배에 달하는 0.50%포인트로, 이는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이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를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먹는 악재로 본 것이다. 연준은 미국 경제가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으로 향했던 2001년과 2008년처럼 경제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지는 시기에 이런 움직임을 보였다고 WSJ는 전했다.
이날 나온 임시 FOMC 성명은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경제활동에 대해 발전하는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며 “이런 위험에 비춰 볼 때 그리고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FOMC는 이날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0.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경제전망 전개 상황과 그 의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정책도구를 사용해 경제를 지원하는 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WSJ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전날 밤 회상회의를 하고 나서 이날 오전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를 승인했다.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충격과 공포(Shock-and-Awe)’ 접근법을 취할 정도로 리세션 리스크가 커졌다”고 풀이했다.
이어 “금리 인하가 감염률을 낮추고 망가져버린 공급망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우리의 행동이 의미 있는 경기부양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이외 시장 불안을 잠재울만한 다른 조치는 언급하지 않아 연준의 기습적이고 전폭적인 금리 인하에도 뉴욕증시는 큰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가 전일 대비 2.94%, S&P500지수는 2.81% 각각 급락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99% 빠졌다.
연준은 이날 주요 7개국(G7)이 긴급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열어 코로나19에 대한 공동 대응을 다짐하고 나서 가장 먼저 대폭적으로 금리를 인하, 선수를 쳤다. G7은 이날 성명에서 “모든 정책수단을 이용해 위험에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만 성명에서 금리 인하 등 구체적 내용은 명시되지 않아 시장을 실망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하 발표 후 트위터에 “연준이 금리를 내렸지만 더 완화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경쟁자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뛰고 있지 않다. 미국에 불공정하다. 연준이 마침내 선도할 시간이 왔다. 더 많이 완화하고 더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