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이날 오전 8시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오는 25일 주총에서 표결할 안건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자가 격리로 화상을 통해 회의에 참석했던 조 회장이 이날 이사회에는 직접 참석했다.
우선 조 회장의 사내임기 만료에 따른 이사 재선임안과 함께 사외이사를 강화하는 안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진칼 사내이사는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을 비롯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등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사내이사는 3명이었지만, 지난해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공석이었다. 이에 조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을 새롭게 사내이사로 추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 임원인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으로 승진한 하 부사장은 델타항공과의 인연도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외이사는 현재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도 이달 임기가 만료돼 새로운 사외이사가 선임돼야 한다.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진칼은 사외이사로는 금융 전문가들을 대거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 대상은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와 함께 최윤희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등 3명이다.
기존 사외이사인 주인기 한국회계사연맹 회장,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 등에 이들이 추가되면 총 6명의 사외이사로 꾸려지게 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주축으로 하는 '3자 연합'이 7명의 신규 이사 후보군을 제안한 만큼 이사진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3자연합은 지난달 13일 주주제안을 통해 김을 신배 전 SK㈜ 부회장을 필두로 배경태 삼성전자 전 부사장, 김치훈 한국공항 전 상무, 함철호 티웨이항공 전 대표이사 등 3명을 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로 제안했다.
또 사외이사 후보에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와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추천했다.
하지만 김치훈 전 상무는 추천 나흘만에 돌연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혀 3자연합의 후보군은 7명이 됐다.
한진칼은 정관에서 별도로 이사 수의 상한을 정해놓지 않고 있어 주총 표대결에 따라 이사진 구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주총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기 위해 양측의 치열한 싸움도 예상된다.
아울러 이날 오후에는 대한항공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이사 선임과 해임 관련 정관 개정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의안을 통과시켜려면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상당수 기업들이 이사 선임ㆍ해임안을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문턱이 높다.
앞서 대한항공은 1999년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에서 특별결의사항으로 변경했다.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행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20년 전의 조치가 지난해 3월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자의 3분의 2(66.7%)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했지만, 2.5% 가량이 부족해 예상치도 못했던 '재선임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주총에서 이 같은 불상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올해 주총에서 다시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관 개정 역시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이 역시 올해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