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무실 공유서비스 업체 위워크 투자로 큰 손실을 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이 이번엔 중국에서 유사한 기업에 투자해 눈길을 끌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는 산하 비전펀드를 통해 중국 부동산 회사 2곳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임대주택 중개회사 ‘쯔루(ZIROOM)’와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기업 ‘베이커쟈오팡(BEIKE)’이다.
소프트뱅크는 쯔루에 5억 달러를 투자하고, 창업자한테서 5억 달러 어치의 주식을 별도로 매입했다. 이에 쯔루의 기업가치는 66억 달러(약 7조8000억 원)로 뛰었다. 베이커쟈오팡에는 1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여기에는 중국 투자회사 힐하우스캐피털매니지먼트, 인터넷 서비스 대기업 텐센트홀딩스도 참여했다. 이를 통해 베이커쟈오팡 평가액은 140억 달러를 넘어섰다.
WSJ는 최근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국면에서 소프트뱅크가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 년 간 가격이 급등해 진입이 어려웠다. 중간계층의 소득 증가로 주택 구입 붐이 일면서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였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9년 부동산 거래 규모는 전년보다 10% 증가해 13조9400억 위안(약 2300조8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직후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베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소프트뱅크의 대표적 투자 실패로 꼽히는 위워크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중국 쯔루의 비즈니스 모델이 위워크와 닮아서다. 위워크가 사무실 공유서비스 기업이라면, 쯔루는 주택 임대를 중개하는 업체다. 개인으로부터 주택을 장기간 임대해 개조한 뒤 단기 임대를 놓는 방식이다. 또 위워크가 스스로를 부동산 회사가 아니라 기술기업으로 명명했듯이 쯔루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임대인과 세입자를 연결한다는 점을 들어 기술기업이라 표방한다. 베이커쟈오팡도 앱의 ‘가상현실(VR)’ 기능을 언급하며 기술 기업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상장 전, 기업가치를 470억 달러로 산정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수익 구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상장이 무산됐다. 소프트뱅크는 급기야 자금난에 빠진 위워크에 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긴급 수혈해줬다. 위워크 등 투자 실패를 이유로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2’는 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전날 손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금융시장 관계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증시가 급락한 상황에 대해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할 기회”라고 평가하며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을 시사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시장의 틀을 바꿀 것이라고 여전히 확신한다”면서 “정보혁명을 주도하는 금융, 의료, 운송 기업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