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소식에 어머니가 더 급할 것 같아서 미세먼지 차단용으로 미리 사 놨던 마스크를 보내드렸는데 지금은 마스크를 구하기가 힘드네요. 정부는 마스크 공적 판매처가 가동되면 수급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현실은 마스크 대란이네요.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직접 사과하면서 각 부처 장관들의 탁상행정을 질책하며 현장에서 직접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하니 늦게나마 다행입니다. 저희도 마스크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지만, 마스크 대란 피해를 고스란히 어머니께서 받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무엇보다도 “가게에 손님이 없다”면서 “대구는 심각하다”고 한숨 쉬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최소한의 생활비에, 공과금에, 대출금에 들어갈 돈은 많은데 어머니께서 “오늘은 그래도 손님 1명 왔다”며 넋두리하시니 가슴이 아픕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당분간 장사를 접으시라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니께서 “장사하는 사람이 장사를 당분간 접으면 그나마 있던 단골까지 다 떠나간다”고 고집하시며 장사를 계속하셔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시는 소상공인 모두 고통을 받고 있어 이번 사태가 진정이 되더라도 장사를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가 많네요.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저리로 빌려준다는 얘기가 생각나 지난달 21일 어머니께 알려드렸는데 “그런 것도 있었나”라는 말씀에 ‘제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신청 마감일이라 대출자가 너무 많아 기다리시다가 보증서를 받지 못했다고 멋쩍어 하신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급히 생활비를 보냈을 때 어머니께서 “너희도 힘들 텐데 그렇게 많이 필요 없다”면서도 “이럴 때 자식이 좋은가 봐”라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워졌습니다. 아내와 어머니 생활비 문제를 상의할 때 저의 찌질한 모습을 꾸짖은 아내의 통 큰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정부가 추가 대출을 해줘 어머니께서 “대출을 조금 받았다”고 말씀하셔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대출을 필요한 만큼 받으려고 하니깐 장사도 안 되는데 앞으로 갚을 게 걱정이 돼 조금만 받았다”는 말씀에 짜증을 낸 일은 죄송합니다. 제가 “저리로 대출해주는데 필요한 만큼은 다 받으셔야죠”라며 “저하고 상의하고 대출을 하셔야죠”라고 생각 없이 내뱉었네요. 또 어머니께서 “그 돈도 빠르면 한 달이 넘어야 나온다”고 힘없이 말씀하셔서 답답함만 느꼈습니다.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은 “끝까지 버텨 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네요. 대구에서 장사하는 친구들도 정부에서 대출만 해주면 뭐하냐며 손님이 없어 당장 장사를 접게 생겼다는 하소연을 들을 때면 걱정이 앞섭니다.
어머니께서 “방학이 길어져 어미가 고생이다”고 걱정해 주셨는데 맞벌이하는 처지에서 아내의 고생이 많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둘째를 집에서 매일 챙기는 중학생인 첫째가 개학이 추가로 연기됐다는 소리에 불평을 털어놓네요. 애들과 아내에게 미안함만 커지네요.
정부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뿐이지만 제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이상 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죠. 정치권도 코로나19 대책은 뒷전으로 하고 4·15 총선 승리를 위해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찬 ‘박근혜 시계’를 놓고 갑론을박만 하고 있네요. 그래도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장 공무원과 병원 관계자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아직 희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몸조심하시고 당분간 장사를 접으라고 하지 못하는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