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이르면 이달 19일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금액을 공개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주택 보유세와 사회보험료 등을 매기는 기준이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주택 보유세와 사회보험료 부담도 나란히 커진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해마다 평균 5%씩 상승했다. 특히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평균 14.2% 뛰었다. 2007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8.0%)보다도 높다.
국토부는 올해도 공시가격을 상향하겠다고 일찌감치 예고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부동산 가격 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지속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특히 고가아파트를 핵심 타깃으로 잡았다. 시세 9억~15억 원 아파트는 70%, 15억~30억 원 아파트는 75%, 30억 원이 넘는 아파트는 80%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린다는 게 국토부 목표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68.1%였다.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면 서울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와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등 고가아파트 밀집지역에선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8억6400만 원이었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올해는 최대 12억 원까지 오를 수 있다. 이 아파트 시세가 지난해 초 13억 원대에서 올해 16억 원대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도 246만 원에서 487만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달 이 아파트 전용 114㎡형의 시세는 38억 원이 넘는다. 국토부의 목표 현실화율(80%)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24억8000만 원에서 30억4000만 원 이상이 된다. 보유세 부담도 1852만 원에서 많게는 3262만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시장에선 공시가격 상향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주택매수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대로 다주택자에겐 주택 처분 압력이 된다. 정부가 2022년까지 지속해서 공시가격을 상향하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을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압력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6월에 주택시장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본다. 김종필 세무사는 “강남권이나 마용성 등 일부 인기지역에 주택 두 채만 갖고 있어도 보유세 부담이 일반 직장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은 임대사업등록을 해도 종부세 합산 배제 효과가 없기 때문에 고가주택을 보유한 일부 다주택자들이 진지하게 주택 매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