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진 WIPO 사무총장 선거에서 다렌 탕 싱가포르 특허청장이 당선됐다. 탕 후보는 이날 열린 조정위원회 2차 투표에서 55표를 획득, 28표를 얻는 데 그친 중국 출신 왕빈잉 현 WIPO 사무차장을 눌렀다.
WIPO는 국제 지식재산권 관련 26개 국제 조항을 관장하는 기구로 192개국이 가입하고 있으며, 임기 6년의 WIPO 사무총장 선출은 회원국 중 83개국으로 구성된 WIPO 조정위원회 투표로 결정된다. 탕 내정자는 오는 5월 열리는 특별 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으면 9월부터 임기에 들어간다.
WIPO는 지식재산권 문제가 국경을 초월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몇 년 사이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 특히 미·중 간 갈등이 WIPO의 존재감 부상에 큰 역할을 했다. 미·중은 1월 15일 무역 전쟁의 휴전 협정이라 할 ‘1단계 미·중 무역 협정’에 서명했다. 이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협상에서는 다양한 과제가 논의됐는데, 그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였다. 중국 측의 산업스파이, 사이버 공격 등에 의한 미국 기업의 기밀 절취, 중국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강제 기술 이전 등 중국의 방식에 미국 측이 항의하며 중국 정부에 보다 강력하게 미국 지식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구했다. 이에 중국이 응하면서 1단계 미·중 무역 협정이 성사된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지식재산권을 다루는 WIPO의 수장에 중국인이 취임하는 것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중국은 이미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산업개발기구(ID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4개 기구의 수장을 배출했고, WIPO로 다섯 번째 포스트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그룹 사이에 ‘지식재산권 침해로 악명 높은 중국이 WIPO의 수장 자리까지 장악해선 안 된다’는 암묵적인 견제에 결국 중국은 이번 WIPO 수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미국이 WIPO 선거를 아주 아주 면밀하게 선거를 지켜보고 있다”며 “누가 당선되든 지식재산권과 해당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선 “투명성과 제도적 청렴성을 지지하는, 지식재산권을 보호할 인물”이라고 탕을 평가했다.
앤드류 브렘버그 제네바 주재 미국 대사는 “선거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며 “지식재산권 보호와 WIPO의 독립성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프랑소와 리바소 프랑스 대사도 “중요한 결과”라며 환호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미국이 다른 후보자들에게 중국 후보자 지지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