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비계열 중소기업에 일감을 나눠준 대기업에 대해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가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생활밀착형 업종인 온라인 쇼핑·플랫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해외직구(직접구매) 등과 관련한 갑질과 독과점, 소비자 피해를 막는 데도 주력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국민이 체감하는 ‘공정하고 활기찬 시장생태계 구현’을 목표한 공정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우선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경제력 남용 근절을 위해 비계열 중소기업으로의 일감 나누기 실적 등을 지수화하고 이를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가점으로 반영한다. 또 관계부처와 협업해 물류우수기업 인증(국토교통부), 소프트웨어(SW) 우수발주자 심사(과기정통부)에서 평가요소로 활용한다. 대기업집단의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넘어 일감나누기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의도다.
중소기업의 사업 기반을 잠식하는 일감몰아주기 관행도 근절한다. 이를 위해 주요 대기업집단의 통행세 수취, 계열사 지원행위를 시정하고, 의식주 분야 및 원자재 시장에서 중견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미만)의 부당지원행위도 감시한다.
이와 함께 국세청의 과세정보 공유, 위장계열사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을 통해 감시 역량도 대폭 확충한다. 양질의 공시정보를 시장에 제공하고 기업 스스로의 법위반 예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대규모 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기업집단 현황공시 등 3개 공시제도도 전면 손질한다.
소액주주·기관투자자 등의 주주권 행사 지원을 위해 정보공개도 확대한다. 이와 관련해 총수 2·3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주요 영위업종 등 내부거래 현황 분석(10월), 지주회사 정보공개 항목에 부동산임대료(10월), 경영컨설팅 수수료(11월) 등을 정보공개에 포함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신흥 시장이자 소비자와 밀접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부문에서의 부당한 하도급 행위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온라인쇼핑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심사지침을 새로 제정하고, 포털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유통 분야에서 오배송과 반품 등과 관련한 플랫폼-입점업체 간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자율거래기준을 마련한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분야에서 기존 독과점사업자의 배타조건부거래·끼워팔기 등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저지하는 경쟁제한행위를 올해 집중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플랫폼, 데이터 경제 등 디지털 경제 분야의 각종 불공정행위의 감시 및 경쟁정책 이슈 발굴·분석을 위한 ICT 특별전담팀도 가동한다.
이 밖에도 OTT, 마이크로모빌리티(소형 이동수단) 등 구독·공유 경제 분야에서 계약해지, 환불 등과 관련해 소비자에 불리한 불공정약관도 시정한다.
조 위원장은 예년과 비교해 재벌개혁 관련 대책이 미미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올해 경제·산업 여건 등을 고려해 서민 밀착형 정책, 혁신이 필요한 ICT 관련 정책 등이 강조된 것은 맞지만 일감 몰아주기 제재 등 재벌개혁 정책도 과거처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