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육부, 대학에 진심으로 다가서야

입력 2020-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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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경 문화교육팀 기자

“교육부가 권고 형식으로 내려보낸 공문만 수십 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 유학생 관리에 학사일정 조정까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정신없는 대학 관계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특히 교육부의 '자율'로 포장한 '하향식 통보'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대학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하루에 1~2개씩 학사조정 관리 공문을 내린다. 일부 공문은 시행하기도 전에 이튿날 수정된 내용이 날아온다. 행정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목줄을 쥔 교육부의 하명(?)이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지도 못한다.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교육부도 내심 미안했었는지 최근 발표한 비대면 재택수업 도입 원칙은 대학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의견수렴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어 추가 대책을 논의해 교육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대학들을 상대로 재택수업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재택수업 자체가 처음부터 교육부의 의견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교협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의 권고 사안인 재택수업을 공문에 담아 대학들에 발송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학가에선 교육부가 의견수렴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불만을 잠재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의 정책 결정이 더는 하향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방역의 모든 책임을 떠안은 대학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교육부는 진심으로 대학들에 다가서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꼼수는 지금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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