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정부에 국제항공운수권과 영공통과이용권 등의 회수 유예를 건의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우기홍 사장 명의의 공문을 국토부에 보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타국의 한국발 승객 입국 제한 조치와 여행 수요 급감 등으로 정상적인 노선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올해 모든 노선의 국제항공운수권, 영공통과이용권, 슬롯(시간당 비행기 운항 가능 횟수) 회수를 유예해달라"고 건의했다.
현재 운수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20주의 운항, 영공통과이용권 역시 연간 50% 이상 사용해야 하지만, 한국발 입국 제한 지역은 총 96곳으로 늘어나면서 사실상 전세계 하늘길이 닫힌 상황이나 마찬가지기 떄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달 1일 기준 국제선의 노선별 3월 예약 인원수는 지난해 보다 60% 이상 감소했다. 또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노선 23개 중 12개 노선을 잠정 중단하고 9개 노선을 감편하기로 한 상태다.
이에 대한항공은 유연한 노선 운영을 통한 자구 노력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올해 운수권과 영공통과이용권, 슬롯 방어 의무를 면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17조 3항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천재지변,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미사용 운수권 또는 영공통과이용권을 회수하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국내 공항의 슬롯도 동·하계 모두 회수를 유예해달라고 건의했다. 해외 공항의 경우에도 각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국적 항공사의 슬롯 보전이 가능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촉구했다.
현행 규정상 슬롯 보전을 위해서는 배정받은 슬롯에 80% 이상 운항해야 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전세계 공항당국에 올해 동계와 하계 슬롯 회수 유예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