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 이사 선임 방식을 변경하는 안을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내년 3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현재 정관에서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별결의사항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다수 상장 기업이 이사 선임ㆍ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대한항공이 이사 선임ㆍ해임안을 특별결의사항으로 한 것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였다.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당시 국내기업 주가가 폭락하고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해외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행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1999년 이사 선임ㆍ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에서 특별결의사항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이 같은 정관은 지난해 3월 고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조 회장은 주총에 상정된 사내이사 선임 의안 표결에서 찬성 64.09%, 반대 35.91%로 사내이사 자격을 상실했다. 절반을 훌쩍 넘었지만 지분 2.6%가 부족해 재선임에 실패했다.
똑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이사회가 정관 변경을 상정했지만, 이 또한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올해 주총에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한항공의 대주주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로 보통주 기준 29.96%(우선주 포함 29.62%)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특수 관계인까지 포함하면 33.37%다.
작년에 조 회장 재선임 실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여전히 11%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올해 주총에서 정관 변경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