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하늘길마저…'국제선 無' LCC, 3월도 넘기기 힘들어

입력 2020-03-08 10:42 수정 2020-03-2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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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줄줄이 안 떠, 수억원 주기료 발생 '첩첩산중'…항공사들 긴급 정부지원 호소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코리아 포비아’로 한국발 입국제한 국가가 100개국을 넘어선 가운데, 일본까지 가세해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충격에 빠져 녹다운 직전이다.

수익 창구가 막혀버린 것은 물론 다달이 수억 원에 달하는 주기료까지 지불해야 할 판이다. 비행기 한 대를 하루종일 주기장에 세워 둘 때 공항 측에 내야 하는 주기료는 하루에 40만~50만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이 조금이라도 회복되지 않으면, 국내 항공사들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8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ㆍ지역은 총 120곳으로 집계됐다.

오스트리아가 9일부터 한국과 중국(일부지역), 이란발 항공편으로 입국한 내ㆍ외국민에 대해 코로나19 음성판정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상투메프린시페는 한국과 중국 등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조치를 철회했다.

5일 일본 정부가 한국인 무비자 입국 제도를 임시 중단하고 한국발 모든 여행객을 14일간 격리조치 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하루 만에 아프리카 상투메프린시페와 모리타니아, 부르키나파소가 추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의 한 중국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의 한 중국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가 더욱 확산될 경우 국내 항공사들이 이르면 다음달, 특히 국제선 노선이 ‘제로’에 가까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달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운항되는 항공 예약 취소도 많아지고 있어 4월이 최대의 고비가 될 것”이라며 “그 이후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지 않을 경우 길게는 올해 상반기도 버티기 힘들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LCC 관계자는 “최근 일본마저도 입국 제한 조치가 이뤄져 각 LCC들이 운항 가능한 해외 노선은 몇 개 남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위기가 지속되면 이달조차도 넘기기 힘든 상태다”라고 토로했다.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현재 남은 국제선이 아예 없다.

그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AP통신에 따르면 국제상업여행협회(GBTA)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호텔, 항공 등 관련 산업 피해가 월 470억 달러(55조6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항공업계는 정부의 긴급 지원이 다급해졌다. 항공사들은 일제히 △국제항공 운수권ㆍ영공통과 이용권ㆍ슬롯 횟수 유예 △공항주기료ㆍ착륙교ㆍ시설 이용료 감면 △세금 감면 △관광진흥개발기금 지원 등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세금 감면에 대해서는 항공기 지방세(취득세, 재산세) 감면, 항공기 부품 무관세, 국내선 항공유 관세 및 석유수입부과금 면제 등을 꼽았다.

현재 지방세는 LCC만 취득세 60%, 재산세 50% 감면 혜택을 받고 있어 대형항공사(FSC)들도 이 같은 완화가 필요하다. 실제 미국, 영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항공 경쟁국 FSC는 자국에서 지방세를 감면해주고 있다.

부품 무관세는 항공정비(MRO) 산업 육성을 위해 주요 경쟁국에서 면제하고 있어 우리도 동일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요청이다.

앞서 LCC CEO들은 다급해진 마음에 지난달 28일 정부에 ‘조건 없는’ 긴급 금융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LCC 6곳 사장단은 이날 공동성명서를 통해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어 어떠한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사들은 시중은행 상품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해 즉각적인 유동성 개선을 위한 자금조달이 가능한 조건 대폭 완화 및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17일 항공 분야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LCC에 대해 산업은행의 대출심사 절차를 거쳐 최대 3000억 원 내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내달부터 최대 3개월간 공항시설 사용료에 대한 납부를 유예하고 상반기 중 항공 수요 회복이 안 될 경우에는 6월부터 2개월간 착륙료를 10% 감면하고, 각종 사용료의 감면 기한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CC 사장단은 “현재 정부가 제시한 공항 사용료 등 각종 비용지원은 감면이 아닌 납부 유예로 실질적 지원이 못 된다”며 “이에 대한 전면 감면 조치를 시행하고 추가로 항공기 재산세와 항공유 수입 관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C항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하겠다고 언급만 했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면서 “항공사들이 정부에 제안한 여러 정책들이 빨리 시행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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