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국적사 잃고 외양간 고치렵니까

입력 2020-03-08 10:19 수정 2020-03-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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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항공사들을 위해 긴급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 3주가 지난 이 시점까지도 그 어떤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기간 동안 30여 명에 불과했던 국내 확진자수는 7000여명을 넘었고, '코리아 포비아'로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도 100개국을 넘어버렸다. 여기에 일본까지 가세해 그나마 열려있던 일본 하늘길조차 닫혀버렸다.

확진자수가 200배 이상 급증하고, 유엔 회원국(193개국) 과반인 52%가 한국과의 교류를 차단하는 동안 왜 정부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는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전 세계 하늘길이 닫히고 있어 우리 항공사들은 그 어떤 대안도 없이 손발이 꽁꽁 묶여버렸다. 유례없는 충격이다. 한국의 전 항공사가 사실상 국제선 '셧다운' 사태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는 이제 띄울 국제선 노선이 아예 없어진 곳도 있어, 이렇게 가다간 이번달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LCC도 생겨날 것이라는 공포스러운 전망까지 나올 판이다.

게다가, 정부가 내놓은 '최대 3000억 원 규모 긴급 대출과 공항 사용료 3개월 납부 유예' 등의 지원책도 지금으로서는 그닥 항공사들에게 도움이 안된다.

항공사들이 정부로부터 3000억 원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대출심사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항공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어느 세월에 심사 거쳐, 항공사들이 지원금을 골고루 나눠받을지 의문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한 시가 급한 상황에서 말이다.

공항시설 사용료에 대한 납부 유예도 마찬가지다. 공항사용료 등 각종 비용 지원책은 '납부 유예'가 아닌 '감면'이 절실한 시점이다.

추가로 항공기 재산세와 항공유 수입 관세 등 각종 세금 감면은 물론, 하루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주기료도 당장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하늘에 띄우지 못해 주기장에 하염없이 세워둬야 하는 비행기들이 매일같이 늘어나고 있다.

지원책 실행도 요원하지만, 지원 방안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묵묵부답, 별 반응 없는 정부가 야속하기까지 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항공업계는 입을모아 "정부가 어떤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만 했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면서 "항공사들이 정부에 제안한 여러 정책들이 빨리 시행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호소 중이다.

대한민국 항공 역사는 1948년 설립된 대한민국항공사(KNA)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70년이 넘는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꾸준히 전 세계 '톱10 항공사'에 들기도 했으며, 한 때는 대한항공이 수년간 항공 화물시장에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민간항공시장에서 대단한 경쟁력과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 항공사들이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70여 년의 대한민국 항공 역사를 한 순간에 무너지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소 잃고 후회하지 말고, 하루 빨리 외양간 수리에 돌입해 신속하게 대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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