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규제에 몸낮춘 강남 아파트… 두 달새 호가 3억 '뚝'

입력 2020-03-08 15:05 수정 2020-03-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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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심리 위축에 코로나19 겹쳐…일각 "공급 부족에 일시적 하락"

정부가 12ㆍ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약 3개월이 지난 요즘 서울 강남 아파트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거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호가도 지난해 말보다 수억 원가량 떨어진 곳이 많다. 집값 하락세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1%를 기록했으나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는 0.05% 떨어졌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0.08%씩 하락한 가운데 송파구도 0.06% 내렸다.

실제 강남 초고가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면적 112.95㎡형은 작년 11월 30억4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2일엔 25억500만 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지난해 말 23억5000만 원에 거래됐던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89㎡형은 지난달 21억9500만 원에 팔렸다. 두 달 새 1억6000만 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집값 하락폭이 작은 송파구에서도 잠실동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낙폭이 커지고 있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형은 작년 12월 21억 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2월에는 18억5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인근 잠실 엘스와 트리지움 아파트도 지난해 말보다 2억~3억 원가량 호가가 하락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대출 규제에다 지난달 21일 실시한 정부 당국의 고강도 실거래 조사가 강남 매매시장을 얼어붙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부동산 규제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강남 집값 하락세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2ㆍ16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6월 말까지 팔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4~5월 중 절세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J공인 관계자는 “6월 안에 집을 팔아야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한두 달 전에는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지역의 경우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많지 않은 거래라도 집값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대폭 상승하는 것도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가격 구간에 따라 현실화율이 최고 80%까지 적용되면서 공시가격이 급등하면, 이와 연동해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이 올라 주택 소유자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이는 고가 아파트 매수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에선 풍부한 시중 유동성 자금과 주택 공급 부족 때문에 강남 집값 하락세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부동산 외 대체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 강남 집값은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넘치는 시중 자금과 함께 올 들어 전셋값 상승도 매매가격의 하방경직성을 유지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강남 집값 상승을 자극할 요인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권 교수도 “강남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주택 수급 상황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며 “일시적인 가격 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추세적인 하락세를 점치는 것은 무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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