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생소한 분야지만 기술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올해부터는 국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등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8일 수원에 있는 전기선박 개발 및 제조업체 엘지엠(LGM) 본사에서 만난 원준희 대표는 “창업 후 10년간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특허를 받는 등 기술개발에 전력해 왔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등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선박은 아직까지는 생소한 분야다. 경유를 연료로 쓰던 기존의 선박과는 다르게 환경오염 우려가 없고 소음과 진동도 거의 없어 환경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분야다. 기존의 경유 선박을 대체할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해 일본 등 일부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창업한 LGM은 기술력이 좋다고 인정받는 곳이다. 특히 LGM은 전지의 가장 기초단위인 배터리셀을 제외하고 추진체와 교체형 배터리팩, 전자제어장치 등 모든 부품을 직접 개발·제조하는 회사다. 회사의 전기 선박 관련 특허는 24건에 달한다. 원 대표는 “배터리셀 개발은 대규모 자본과 설비가 들기 때문에 벤처기업은 투자할 수 없는 분야”라며 “배터리셀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지식재산(IP)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LGM은 물 위에서 고전압을 사용하는 전기선박의 감전 위험을 제거한 5단계 안전시스템 및 ‘무감전 고출력 전기 추진체’와 쉽게 교체 및 확장할 수 있어 짧은 운항거리 문제도 극복한 ‘카트리지 배터리 시스템’을 핵심 기술로 보유하고 있다. 유럽의 기술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원 대표는 “우리의 주력상품인 중·고마력 전기동력 추진 선외기를 상용화한 경쟁사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업체 각각 1곳씩에 불과하다”고 자신했다.
원 대표는 창업 후 10년간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기까지 기술개발에 주력해왔다. 전기자동차처럼 환경문제가 없는 선박에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했다. 100% 수입에 의존하던 선박용 내연기관 추진기를 대체하는 전기동력추진기를 우리 기술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는 것.
최근 국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면서 회사는 호기를 맞고 있다. 작년 발효된 ‘친환경선박법’에 따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공공선박을 모두 친환경 선박으로 구입하는 게 의무화됐기 때문.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소속 관공선 140여 척을 모두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하기 위한 ‘2030 친환경 관공선 전환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부산광역시는 정수장에서 쓰기 위해 공공기관 최초로 LGM에 전기선박용 추진기를 구매했다.
지난 1월 회사는 제주도 성산과 우도를 왕복하는 61억 원짜리 도항선을 수주하는 데도 성공했다. 300t급으로 승객 440명과 차량 28대를 수송할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원 대표는 “각 지자체에서 견적 등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무소음·무진동 특성상 해병대 등 특수군에서 침투용 선박에 대한 문의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LGM은 국내 어선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소음이 적고 연료효율이 좋기 때문에 어민들의 평가도 좋다.
원 대표는 “7만5000대에 달하는 국내 어선들이 장기적으로는 전기선박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LGM은 2019년 약 16억 원 규모의 중국 신장지구 유람선향 전기동력추진기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일본에도 10대 수출을 협의 중이다.
원 대표는 “현지 인증이 진행되고 있어 4월께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호조로 회사는 최근 올해 수주 목표를 당초보다 2배 높은 120억 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미 어선 15억 원을 포함, 75억 원어치를 수주했기 때문에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원 대표는 “기술력을 토대로 위축 국면인 국내 조선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