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경제학] 에어팟 이전에…'토종' 블루투스 이어폰 있었다

입력 2020-03-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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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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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대명사 격인 '애플'이 내놓은 신제품에 조롱이 쏟아졌다. 콩나물같이 생긴 것을 귀에 꽂고 다니냐는 말부터 혁신이 아니라 퇴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2016년 애플이 공개한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두고 나온 이야기다.

그런데도 에어팟은 현재 애플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만큼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 마치 에어팟이 우리가 만난 첫 블루투스 이어폰인 것처럼. 하지만 그 전에 한국 기업이 만든 '토종' 제품도 있다. LG전자가 만든 '톤플러스(TONE+)'가 그 주인공이다.

▲LG전자가 만든 톤플러스는 목에 건 뒤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는다.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당시에는 혁식적인 제품이었다. (뉴시스)
▲LG전자가 만든 톤플러스는 목에 건 뒤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는다.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당시에는 혁식적인 제품이었다. (뉴시스)

◇묘하게 시대를 앞선 '톤플러스'는 어떤 제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LG전자는 풍자의 대상이다. 애플과 삼성이 엎치락뒤치락하는 1위 싸움에 멀찌감치 뒤에 서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가 하면, 시대를 앞서나간 제품을 내놓았으나 주목받지 못한 제품이 많기 때문. 아이패드가 나오기 전에 이미 비슷한 모양과 성능의 제품을 만들었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한 것 역시 이런 사례다.

톤플러스도 묘하게 시대를 앞섰다. 2010년 당시 보기 힘든 넥밴드 형 디자인, 자석으로 이어폰을 정리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스마트폰에 직접 연결하지 않고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방식은 물론이다. 2013년 출시모델에는 주변의 소음을 제거해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까지 넣어, 성능 면에서는 에어팟보다 나은 점도 있다.

조금 안타까운 건 '아재 이어폰'이라는 오명이 붙었다는 것. 목에 걸고 있는 모양새, 남성 직장인이 많이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강해 젊은 층이 선호하지 않았다.

▲LG전자가 만든 태블릿으로 해외 출시명은 '디지털 아이패드'였다고. 시대를 앞서나간 비운의 제품이다.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캡처)
▲LG전자가 만든 태블릿으로 해외 출시명은 '디지털 아이패드'였다고. 시대를 앞서나간 비운의 제품이다.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캡처)

◇비운의 톤플러스? LG전자 대표가 꼽은 '수훈'

대중적이지 않은 제품이라 빛을 못 보고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톤플러스는 출시 5년 만인 2015년 1000만대가 팔렸다. 2017년 3월에는 세계 판매량 2000만대를 돌파하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7년 LG전자 MC사업부가 적자가 약 8000억 원으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누적 판매 2000만대를 넘어서면서 스마트폰과 관계없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에서 짝퉁(가짜 제품)이 나올 정도.

당시 조성진 LG전자 대표는 신년사에서 5개 제품을 언급했는데 주력 제품인 TV와 세탁기 외에 톤플러스를 꼽았다. 연 매출 55조 원에 이르는 회사에서 고작 3000억~4000억 원 매출을 차지하는 사업을 언급한 것. 혁신적인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에어팟을 비롯한 블루투스 이어폰은 손과 이동의 자유를 크게 높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에어팟을 비롯한 블루투스 이어폰은 손과 이동의 자유를 크게 높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에어팟이 연 블루투스 이어폰 전쟁…승자는?

독식할 만한 제품이 없던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은 조롱 섞인 비판을 받은 에어팟이 나오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애플 마니아를 중심으로 에어팟을 사용했고, 그 편리함이 인터넷에 오르내리면서 많은 사람이 에어팟을 구매했다. 이 때문에 톤플러스와 같은 넥밴드 형은 2017년 점유율 40%에서 20%대로 쪼그라들었다. 톤플러스가 외면받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부터다.

애플은 후속작인 '에어팟 프로'까지 내놓으면서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의 선두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 에어팟 출하량은 5870만 개로 점유율 54.4%를 차지했다.

여기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귀 안에 밀착하는 인 이어(In-ear) 방식으로 바꾼 후속작인 ‘에어팟 프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에어팟 전체 판매량도 전년(2860만 개)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70%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장을 독식하다 보니 매출도 높다. 지난해 애플은 에어팟으로만 13조9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이폰밖에 없다던 비판을 에어팟으로 잠재운 셈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플러스(위)와 LG전자의 톤플러스 프리  (사진제공=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플러스(위)와 LG전자의 톤플러스 프리 (사진제공=삼성전자, LG전자)

◇시장 독식한 애플, 뒤따르는 국내 제품들

애플이 선도하는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에서 한국 기업도 분주히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버즈를 출시하면서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8년 4분기, 시장점유율 4%에 그쳤지만 지난해 1분기에만 8%로 늘어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애플의 점유율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갤럭시 사용자를 중심으로 보급되는 추세다.

갤럭시 버즈 플러스를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한 것도 호평받고 있다. 배터리 시간이 약 두 배 늘었고, 외부 마이크도 하나 더 늘어나 통화 품질을 높였다. 에어팟 시리즈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LG전자 역시 톤플러스를 개선하면서 블루투스 이어폰 전쟁에 다시 참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톤플러스 프리'라는 이름의 무선 이어폰을 출시했다. 가격은 26만 원. 통화 품질에 신경을 많이 썼고, 청결 특화 기능까지 갖췄다. 자외선 LED를 이용한 ‘UV 나노 기능’이 세균 증식을 억제한다고.

품질과 별개로 아직 화제몰이는 잘되지 않는 모양새다. 에어팟 프로라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 데다,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대부분 갤럭시 버즈를 선택하기 때문. 하지만, 톤플러스처럼 소리 없는 '사고'를 칠지도 모르니 주목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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