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코로나로 악화한 한일 관계…16시간 마라톤 회의에도 결국 빈손

입력 2020-03-11 10:19 수정 2020-03-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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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해소 기대 무산…9차 회의는 서울서 개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종합상황실에서 이다 요이치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을 비롯한 양국 정부 대표단과 '제8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위한 영상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종합상황실에서 이다 요이치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을 비롯한 양국 정부 대표단과 '제8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위한 영상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16시간 마라톤 회의로 진행한 '제8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의 끝은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로 마무리됐다. 결국 빈손이라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가 여실히 드러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결과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최근 한국의 제도 개선을 포함한 양국의 법적 및 제도적 수출관리 역량 강화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산업부와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10일 오전 10시 영상회의로 '제8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원래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서울과 일본 도쿄(東京)를 화상으로 잇는 영상회의로 진행됐다. 우리 측은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이, 일본은 이다 요이치(飯田 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정책대화는 오후 6시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8시간을 더 진행해 다음 날 오전 1시 50분에서야 끝이 났다.

이날 회의 의제는 △양국 수출관리제도 업데이트 △수출관리 이슈 정보교환 △현안 논의 등이었다.

양측은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수출관리 및 민감기술 이전 관리 제도의 개선 및 이행에 대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일본은 최근 한국의 제도개선을 포함한 양국의 법적 및 제도적 수출관리 역량 강화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재래식 무기 캐치올 규제(Catch all·무기로 전용 가능한 물자의 수출을 제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고 수출통제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대외무역법을 개정했다. 또 무역안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확충했다.

양국은 수출관리와 기술이전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최근 국제 안보 환경을 고려해 각국의 책임과 재량을 바탕으로 수출관리의 실효성을 꾸준히 강화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해 7월 1일 단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언제 끝낼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해소를 기대했었다. 일본이 수출규제의 사유로 제기한 문제에 대해 개선책을 모두 마련했기 때문이다.

앞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일본 수출규제 관련 관계장관회의 에서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사유를 제거함으로써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일본 정부에 지난해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원상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중국·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중국·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양국은 이날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코로나19로 악화한 한일 관계가 이날 회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달 5일 한국에서 일본 나리타(成田) 공항과 간사이(關西) 공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를 2주간 지정된 장소에서 머물도록 하는 사실상 격리 조치를 발표했다. 또 한국을 ‘감염증 위험정보 레벨2’로 지정하고 자국민에게 불필요한 한국 방문(여행)은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한국 외교당국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의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뒤 외교부는 9일 0시부터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처와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이 정지된다고 밝혔다. 또 일본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특별입국 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23일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직전 대화의 물꼬를 튼 한일 관계 역시 악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산업부는 이날 회의에서 "현안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만 설명했다.

일본 언론도 양국이 이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당초 이번 정책대화는 10일 저녁에 끝날 예정이었으나 회의 시간이 예정을 크게 초과했다면서 10일 중 협의 내용을 공개하지 못해 입장차를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제9차 수출관리 정책대화는 준비회의를 통해 양국이 합의한 날짜에 한국에서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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