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판매처 몰아주니…유통업계 “팔 마스크가 없어요”

입력 2020-03-11 15:18 수정 2020-03-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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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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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약국 등에서 마스크 구입에 숨통이 트인 것과 달리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유통업계까지 마스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마스크 공적 판매 물량을 80%로 높이면서 유통업계에 마스크 공급물량이 상당히 줄었기 때문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마트나 편의점, 이커머스 업계가 마스크 공급 물량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시행된 긴급조정조치를 통해 수출 비율을 10%, 약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한 의무 공급 비율을 50%로 설정해 관리했다. 하지만 마스크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정부는 이달 6일부터는 의무 공급 비율을 80%까지 확대하는 강수를 뒀다. 사실상 대부분의 마스크 물량이 공적 판매처로 공급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마스크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A 대형마트의 경우 공적 마스크 비율 80% 확대 이후 마스크 공급분이 절반 이상 줄었다. 반면, 납품되는 마스크 단가는 20~30% 가량 올랐다. A 마트 관계자는 “매일 들어오긴 하는데 편차가 크다”면서 “직원에게 줄 마스크도 부족하다. 매일 팔다가 2~3일에 한 번만 파는 매장도 생겼다”고 말했다.

B 마트는 매일 들어오던 마스크가 아예 2~3일에 한번 꼴로 납품 횟수가 줄었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을 우선 배분하다 보면 그 외 지역 판매분은 더욱 줄어든다. B 마트 관계자는 “공적 비율 50%일 때 점당 하루 500~700장 수준에서 이젠 200장 내외 수준으로 공급 수량이 떨어졌다”면서 “이젠 마스크를 구하러 약국이나 우체국에 가지 마트에 들르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6일 오전 9시께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롯데마트.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홍인석 기자 mystic@)
▲26일 오전 9시께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롯데마트.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홍인석 기자 mystic@)

편의점 업계 역시 마스크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는 마찬가지다. 마스크 확보가 그나마 업계에서 원활했던 것으로 알려진 C 편의점의 경우 코로나19 초창기만 해도 점당 20개씩 발주가 가능했지만, 공적판매 50%가 되면서 발주 제한 수량이 7개로 떨어졌다. 80%로 오른 후에는 점포당 2~3개 수준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10일에는 아예 ‘공적 마스크 조치로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마스크 발주를 중지한다’는 공지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전날 발주가 안되면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12일까지 구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D 편의점 관계자 역시 “하루 5~10개로 발주 제한이 있다가 최근에는 발주를 아예 못하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초창기만 해도 마스크 주요 판매처였던 이커머스 업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마스크 가격 안정화를 위해 직매입해 팔던 온라인 업체들은 최근 아예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오픈마켓에서는 자체 검색어 순위에서 ‘KF94 마스크’, ‘KF80 마스크’가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실제 파는 곳은 드물다. 이따금 제조업체가 직접 판매자로 나선 곳에서만 2~3일에 한 번씩 게릴라성으로 팔고 있을 뿐이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직매입 판매 이벤트는 아예 할 수가 없고 오픈마켓에서 판매자가 팔기는 하지만 많이 줄었다. 50매, 20매씩 팔다가 인당 5개나 10개로 수량 제한을 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유통업계는 공적 판매처 몰아주기로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해진 처지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20%는 유통업계로 풀어주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병원과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대부분 사간다”면서 “직원들 나눠주기도 어려운데 앞으로 대형마트나 편의점, 이커머스에서 마스크를 파는 일도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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