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코로나19와 기업실적

입력 2020-03-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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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급락하고 있다. 중국 내 문제로 그친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지난 주말 전 세계 감염자 수는 10만 명을 넘겼고, 사망자는 3400명을 초과했다. 전 세계 91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자료). 일각에선 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 상태로 진입한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전염병의 확산은 수요 측면에도 충격을 준다. IMF는 기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예측했지만, 최근에 지난해(2.9%)보다 낮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아직 한국에 대한 IMF의 전망치 수정은 없었지만, 신용평가사인 S&P는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1%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기존 2.1%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월 1.6%로 하향 조정했고, 이달 들어선 1.1%로 내렸다. 이는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2.1%)보다 1%포인트 낮은 수치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 규모가 큰 만큼 상장기업 중에서도 수출 기업의 비중이 높다. 3월은 4분기 어닝 시즌이 종료되고 이익추정치의 변동성이 크지 않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의 이익추정치는 지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현재 KOSPI200의 2020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152조 원이다. 이는 2019년 영업이익(약 118조 원)보다 29%가량 증가한 규모다. 한국 경제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면서 2019년 실적은 2018년(182조 원)에 비해 35% 하락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2020년 실적은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컸다.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가 준 충격이다. 아직 IMF에서조차 정확한 충격의 규모를 수치화해서 제공하지 못했지만, 투박하게나마 시나리오를 설정하면 이렇다. ① 1분기 이익추정치가 30% 하향 조정되는 경우 ② 2분기 이익추정치까지 30% 하향 조정되는 경우 ③ 3분기 이익추정치까지 30% 하향 조정되는 경우 세 가지를 가정해보자. ①번의 경우 KOSPI200 영업이익 추정치는 141조 원 ②은 129조 원 ③번은 114조 원이다. 물론 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30%보다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될 수도 있고, 1분기보다 2분기 이익추정치의 하향 조정이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확한 경로는 알 수 없지만, 상반기 이익추정치가 30% 하향 조정된다고 하더라도 한국 기업 실적은 2019년 대비 역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포인트다.

투자의 대가 피터 린치는 “주식시장의 하락은 1월에 눈이 내리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이며 준비만 되어 있다면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최근의 변동성 확대는 두렵지만, 린치가 “깊은 시장 조정이 없었다면, 장기 투자자 대부분이 높은 수익률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용기를 내야 할 때다.

지난주 MSCI 이머징 지수의 가치주 대비 성장주 지수는 1987년 이래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머징 지역 성장주의 가치주 대비 강세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을 때는 가치주가 좀 더 방어적이라는 기존의 상식을 깬 현상이다. 여기에는 IT기업의 상대적인 강세가 지속되고, 진단이나 바이오 관련 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했다.

여전히 성장주에 대한 비중 확대 관점은 유지한다. 하지만 상대지수 측면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가치주 역시 이제 비중을 조금은 늘려야 할 시기라고 판단한다. 다만 가치주는 기존의 가치주 판단 기준인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PSR(주가매출액비율), PCFR(주가현금흐름비율)가 아닌 배당수익률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수익이 감소하고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배당수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 역시 과거 금리 하락 구간에서 자주 확인됐던 현상이다.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대비를 통해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여부는 투자자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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