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마스크와 씨름하는 약사들…"마스크 안내만 하루 600번"

입력 2020-03-12 17:23 수정 2020-03-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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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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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스크는 돈이 안 돼요. 지역사회 보건과 공익 차원에서 파는 거죠."

12일 기자와 대화를 나눈 약사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마스크 대란'으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만큼, 약사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많다. "마스크 없다"는 말을 하루에 수백 번 반복하는 일은 기본. 화내는 손님을 상대하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특히, 마스크와 관련한 정책이 시시각각 변할 때마다 업무 스트레스는 더 커진다.

전날부터 공적 마스크 판매처와 판매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웹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일선 약사들은 곤욕을 치렀다. 원래 이를 집계하고 알려주는 전산 시스템을 약사들이 이용했는데, 전 국민이 확인할 수 있게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서버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오후에 곧바로 복구가 됐지만, 서버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동안 국민은 물론 약사들도 애를 먹었다.

"판매한 뒤에 전산에 입력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됐어요.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니까 어쩔 수 없이 손님 정보를 수기로 작성한 뒤에 나중에 입력했죠. 문제는 전산이 마비됐을 때, 그 틈을 노려 마스크를 두 번 산 사람이 있다는 점이죠. 전산에 입력을 못 하니 다른 약국도 확인하지 못하고 또 판 거죠. 가뜩이나 마스크가 부족한 판국에…." (경기도 수원시 조현욱 약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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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을 눈으로 생생히 목격하는 약사들은 '공급'에 아직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마스크 재고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필요하지만, 공급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고를 알려주는 것은 효용성이 낮다는 것. 일부 약사들은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가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했다.

"지금 마스크가 부족해서 5부제를 시행하지만, 핵심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는 거 아니겠어요? 정부가 발빠르게 마스크 수출 제한을 하지 않은 것이 사태를 키웠다고 봐요. 마스크 업계가 1~2월에 7억 개의 마스크가 중국으로 수출됐다고 말하는데, 관광객이나 보따리상처럼 집계 못한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 같아요. 중국 직구 사이트에 한국 마스크가 많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죠." (서울 화곡동 김모 약사)

관세청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덴탈ㆍ보건용 마스크를 포함한 ‘HS코드(무역거래 상품분류코드)’ 수출입 실적을 보면, 올해 2월 1일부터 20일까지 마스크 수출금액은 1억1845만 달러, 총수출량은 167만975㎏에 달했다. 열흘이나 더 집계된 지난해 2월 한 달 총수출량은 2만6500㎏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최소 63배가 넘는 양의 마스크가 바다를 건넌 셈이다.

일부 약국에 들어가는 공적 마스크는 크기가 무작위로 들어와 판매에 곤란을 겪는 일도 벌어졌다. 마스크 크기는 일반적으로 성인용인 대형과 아동용인 소형으로 나뉘는데,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소형이 입고돼 약국에 쌓이고 있다는 것. 게다가, 각 약국에 같은 양이 입고돼서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의 약국은 사태가 진정된 이후 재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란다.

"우리 약국은 건물 상가 안쪽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아요. 상가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가 아니라면 일반 손님은 잘 안 오는 곳이죠. 그래서인지 공적 마스크가 꽤 남는 편이예요. 아직 며칠 되지 않아서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남은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에요. 원래 마스크가 잘 팔리는 물품도 아니고 이윤이 남지도 않은데…." (서울 양재동 최현정 약사)

(뉴시스)
(뉴시스)

손님들에게 불친절하다는 일각의 의견도 괴로워했다. 한 약사는 마스크 관련 질문을 많게는 하루 600번 이상 받는다고 말했다.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다보니, 다른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안 지칠 수가 없다는 것. 관련 내용을 약국 문과 실내에 붙여 놓아도 읽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고 토로했다.

조현욱 약사는 "공적 마스크를 1100원에 들여와서 1500원에 팝니다. 부가세, 카드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남는 게 사실 많지 않지만, 이윤보다는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이점을 꼭 알아주면 좋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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