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가 12일(현지시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와 미국의 유럽발 입국 금지 조치로 일제히 10% 이상 급락했다.
마켓워치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 대비 10.87% 급락한 5237.48로 거래에 장을 마감하면서, 1987년 글로벌 증시 붕괴 이후 일일 기준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DAX지수도 12.24% 내린 9161.13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12.28% 하락한 4044.26으로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지수인 유로Stoxx 50지수는 12.40% 떨어진 2545.23로 거래를 종료했다. 이는 해당 지수 역사상 하루 최대 낙폭이자 유일한 두 자릿수 하락 기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하락폭보다도 크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는 16.92% 폭락한 1만4894.44로 장을 마감했다. dpa 통신은 “1998년 이 지수가 탄생한 이래 최악의 하루 낙폭”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유럽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전날에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코로나19에 대해 전염병 최고 경보 단계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 대유행 이후 11년 만이다. 작년 12월 31일 중국에서 첫 발병이 보고된 코로나19는 불과 70여 일 만에 전 세계 110개 이상의 국가에서 12만 명에 달하는 사람을 감염시키는 등 전파력이 강하고 감염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같은 날 유럽발 입국 금지 조치라는 강경책을 꺼내 들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TV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3일부터 30일간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여행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입국 금지에 해당하는 조치로,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항공주, 에너지주 등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주저앉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순자산매입을 확대하고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일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지만, 기준금리는 0%로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기준금리’ 시대를 기대했던 탓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