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미국 행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본격적인 불황기 마케팅에 착수했다.
2009년, 리먼 사태 직후 고객이 실직할 경우 판매한 신차를 되사주거나 할부금을 대신 내줬던 마케팅 전략과 유사하다.
1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법인은 고객이 실직할 때를 대비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고객이 신차를 산 이후 일정 기간 안에 실직할 경우, 현대차가 6개월분의 할부금이나 리스 비용을 대신 내주는 방식이다.
이밖에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고객의 경우 신차 구입 후 최대 3개월까지 할부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상은 현대차 싼타페와 투싼, 코나 등 SUV를 비롯해 엘란트라, 엘란트라GT 등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극심한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고객이 겪는 불안을 이해하고 있다”며 “불황기를 대비한 전략적인 마케팅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인 2009년 이와 유사한 불황기 마케팅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신차 구입 뒤 1년 이내에 고객이 실직하면 현대차가 다시 구매해주는 방식이었다. 나아가 할부금을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지원책도 포함했다.
당시 ‘실직 위기’가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자 신차 소비를 주저하는 고객이 급증했다. 시장 상황과 고객의 실직 우려 심리를 분석한 현대차는 ‘실직 때 신차 되사주기’ 마케팅을 추진했고, 결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극심한 불황기를 앞두고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파악해 신속히 대응한 사례였다. 신차 재구매 전략을 전사적으로 추진한 건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가 처음이었다.
현대차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재가동은 2008 리먼 쇼크에 버금가는 경제위기에 대비한 불황기 마케팅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
현대차는 “전례 없는 시기에 실직 보호 프로그램을 다시 도입해 예상치 못한 고용불안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