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16일 정오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현재 연간 6조 엔인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목표를 12조 엔(약 139조 원)으로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다만 일본은행은 현재 마이너스(-) 0.1%인 기준금리는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 시간으로 전날 오후 이달 들어 2번째 긴급 금리 인하로 5년 만에 제로(0)금리로 복귀하고 7000억 달러(약 853조 원) 양적완화도 착수했다. 연준은 당초 오는 17~18일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됐지만 코로나19 충격파가 아주 크다는 인식에 전격적으로 행동을 취한 것이다.
연준에 발맞춰 일본은행도 18~19일로 잡혀 있던 회의를 이날로 앞당겼다. 일본은행이 정례 회의를 조기 개최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2일 “적절한 금융시장 조절이나 자산 매입 실시로 윤택한 자금공급과 금융시장 안정 확보에 힘쓸 방침”이라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명의의 긴급 담화를 발표했는데 이날 처음으로 구체적인 대책이 나왔다.
ETF 매입 확대 이외에도 올해 900억 엔으로 잡은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매입 목표도 1800억 엔으로 두 배로 한다. 아울러 대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매입 한도도 종전보다 각각 1조 엔씩 늘린다. 기존은 CP가 2조2000억 엔, 회사채가 3조2000억 엔이었다. 중소기업 자금 융통을 뒷받침하고자 금융기관에 그 재원을 제로금리로 대출하는 제도도 신설했다.
다만 연준은 물론 영란은행(BOE)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이미 금리를 내릴 대로 내린 상태여서 추가 인하할 여지가 없다는 평가다.
만일 금리 인하에 나서면 자금조달 지원 최전선에 있는 금융기관 경영을 더욱 압박하는 부작용이 커지게 된다. 또 금리 동결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수요를 억제하는 정부 정책과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