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과 맞서고 있는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이 조 회장을 직접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에 대해 반도건설은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진칼은 최근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가처분 소송 답변서를 통해 권 회장이 지난해 12월 조 회장을 직접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에 선임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답변서에 따르면 권 회장은 명예회장 선임과 함께 자신들이 요구하는 한진칼 등기임원과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 소유의 개발 가능한 국내외 주요 부동산의 개발 등을 조 회장에 제안했다.
한진칼 관계자는 "이는 사실상 경영 참여 목적이었으며, 이를 공시하지 않고 숨겼다는 거짓 공시라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대호개발이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취득, 공시할 때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1월 6일 지분율을 8.28%까지 끌어올리고, 같은 달 10일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했다. 한진칼은 이미 그전부터 권 회장이 경영 참여를 요구해 온 만큼 이는 명백한 허위 공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공시가 허위로 결론 날 경우,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반도건설의 지분 8.20% 중 3.20%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어 3자 연합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주장에 대해 반도건설은 반론문을 통해 "권 회장은 지난해 고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타개 이후, 조 회장이 도움을 요청하는 만남을 먼저 요구해 몇 차례 만났다"며 "이 만남은 부친의 갑작스런 타개로 시름에 빠져 있는 조 회장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조 회장은 만난 자리에서 도와달라는 여러 가지 제안을 먼저 했는데, 이에 대한 권 회장의 대답을 몰래 녹음하고 악의적으로 편집해 언론 기사에 악용했다"며 "조 회장 측은 전체적인 내용과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투자는 반도건설 등 회사별로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조 회장을 만난 시기의 지분율은 2~3%에 불과했기 때문에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 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