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경제 해법 제시 “재정 통한 일자리 대책보단 산업구조 개편 병행해야"

입력 2020-03-17 18:29 수정 2020-03-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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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ㆍ통화정책으론 부족…피해 업종ㆍ지역 집중 지원 필요"

"장기 침체 막으려면 '2차 핀셋 추경ㆍ새 경제정책' 내놔야"

"정부 경제정책 기조 수정을"…재난기본소득 견해 엇갈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각국이 입출국을 막아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국제선 체크인 카운터 안내판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각국이 입출국을 막아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국제선 체크인 카운터 안내판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경기불황이라는 ‘R(Recession)의 공포’에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뜻하는 ‘J(Japanification)의 공포’로 전이되고 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실물ㆍ금융부문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11조7000억 원 + α 규모의 추가경정예산과 한국은행이 사상 첫 0%대 기준금리로 재정·통화정책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피해 업종과 취약계층 등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2차 핀셋 추경, 현 정부의 경제정책 수정, 산업구조 재편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대해서는 일부 의견이 엇갈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어도 일본식 장기침체가 상당히 진행됐다”며 “주 52시간 제도 시행, 최저임금 급격한 상승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궤도 수정이 없으면 최소 1~2년은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지금은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업종이나 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 감염 확산이 통제되고 안정화가 되면 그 이후에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의 필요성은 있을 수 있다. 2차 추경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2차 추경이 이뤄진다면 재정을 투입한 일자리 창출보다는 경제·산업 활력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매출 부진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업장과 근로자의 고용유지 및 생계 지원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단기적으론 방역이 최우선이고,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거시적으론 재정과 통화를 활용해 수요를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이 실효성 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송태경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대규모 양적 완화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비한 시장이자율 인하 효과 및 유동성 공급 효과만큼 실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실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실물경제 충격은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거시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급이 줄면 물가가 올라야 하는데 가라앉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발 역할을 했지만, 우리 경제는 원래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새로운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다. 지금까지 잘한 것이 없다. 추경, 금리인하 등을 말하고 있지만, 오히려 불안감만 높인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일본은 1985년 이후 자금을 풀었고 미국은 산업구조 재편, 구조조정을 했다. 결국, 2000년 이후 일본은 버블경제가 무너졌고 미국은 부흥기를 맞았다. 우리도 산업구조 재편을 해야 한다.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이라는 특단의 대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전주시는 취약계층에 52만 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누비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최근 모든 미국 국민에게 100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일종의 기본소득이다.

그러나 성태윤 교수는 “지금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자꾸 하는 이유가 상황이 안정된 이후에 경기 상황이 그래도 나빠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재정이 현재 재정보다 더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그걸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2차 추경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재정 운용상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는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부분에 재정 사용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송태경 사무처장은 “지금의 경제 위기는 전통적인 재정확대 전략 등으로는 안 되며, 유효수요 감소의 특수성에 대응하는 직접적인 소득보전과 감소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완충하는 새로운 유형의 재정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며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요국도 경기 급랭을 방어하고 산업 및 기업 피해 지원, 실업자와 취약층 보호를 위해 재정 및 금융 완화 조치는 물론, 직접 소득지원 대책을 긴급하게 추진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83억 달러의 긴급예산안과 함께 급여세 면제를 포함한 7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연준이 2주 안에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 5년 만에 제로(0) 금리 조치를 단행했다.

이탈리아와 영국도 각각 250억 유로와 120억 파운드의 재정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영국, 호주는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중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는 피해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지원 규모 확대, 이자율 감면, 상환 연장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호주, 중국 지방정부 등은 직접 소득지원 조치를 확정하거나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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