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암보험 분쟁에 대해 '설명의무 위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직접적인 치료'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전수조사에 나선 것. 약관상 해석의 논쟁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암보험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17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생명보험검사국은 최근 전체 생명보험사에 '암의 직접 치료에 대한 설명 여부 확인'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약관상 언급된 암의 직접적인 치료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 과정 여부를 상세히 적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 이전에 판매가 시작된 암 보장 상품을 대상으로 약관상 언급된 직접적인 치료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했는지, 설명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최초 설명 연월은 언제인지 등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오는 25일까지 CPC(Central Point of Contact: 금감원·금융사 간 전산 자료 제출 시스템)를 통해 회신하도록 했다.
암보험 논란은 2018년 암보험 가입자와 생보사 간에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느냐 문제를 놓고 분쟁이 발생했다. 암 보험 약관에는 ‘암의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만 적혀있다. 어떤 치료가 ‘암의 직접 치료’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보험사와 가입자 간에 분쟁이 생긴 것이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보험사에 △말기 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 치료 중 입원 △암 수술 직후 입원 등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 후 각 보험사에 이 기준대로 보험금 지급 재검토 권고를 내렸지만,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권고 수용률은 업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금감원이 새로운 카드를 꺼낸 것이란 분석이다. 여태껏 분쟁의 중심은 약관상의 문구에 대한 해석에 따른 논쟁이었지만, 보험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설명의무 위반' 카드를 꺼내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예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암보험 관련 조정 건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보험계약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조정이 나왔다"며 "이 같은 분조위 조정건을 통해 금감원이 암보험 직접치료에도 설명의무 위반 카드를 새롭게 꺼낸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업법 95조2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설명의무 조항은 보험사 측에서 보험료, 보장범위, 보험금 지급제한 사유 등을 일반 보험 계약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의무, 보험금을 감액해 지급할 경우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은 수입보험료의 최대 100분의 50까지 부과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판매과정에서 직접치료에 대한 설명이 중요 안내사항이었는지 알 수 없고, 직접치료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이 있었는지 입증하는 것도 애매하다는 설명이다. 설명의무의 범위는 보험계약의 종류에 따라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설명의무 위반은 명백한 미승인 고객 설명용 자료 같은 증거가 있으면 몰라도 담당 설계사와 고객이 부정해버리면 입증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자필서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지만 위반을 입증하기엔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 현황조사를 하는 단계지만,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전수조사는 암보험 지급률을 높이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