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시장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기존에 계획된 일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화상회의와 문서작업 등 비대면 협상 방식이 늘어나는 추세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상장한 7개 기업의 공모금액은 총 800억 원 규모다. 1월 210억 원, 2월 590억 원으로 과거 3개년 평균인 1922억 원 대비 5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창궐하면서 IPO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기업은 속출하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1분기를 넘어 2분기까지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M&A 시장 역시 얼어붙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1월 전 세계 M&A 규모는 1640억 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4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저치다. 2018~19년 월평균 거래 규모 대비로도 절반 수준에 그친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M&A 거래가 늦춰지거나 중단되는 모습들이 포착된다. 입국제한 조치가 점차 확대되면서 거래 참여자의 발이 묶이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 계열사의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를 마무리한 관계자는 “입국제한 조치 이전부터 해외에서 한국에 코로나19 때문에 안 들어오려고 하더라”며 “내부적으로 한국과 중국에는 가지 말라는 지침이 돌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클로징을 하는 날도 한국에 오기 어렵다고 해서 대리인이 왔다”면서 “대신 온 해외변호사에게 서류를 주고, 매수인 측과는 실시간 비디오컨퍼런스로 서로 보면서 박수치고 끝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한국발 입국을 제한한 국가는 전날 오후 2시 외교부 발표기준 142개국에 달한다. 국적기인 대한항공의 경우 기존 124개 노선 중 89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13일 기준)한 상황이다.
국내 한 대형로펌의 M&A 전문 변호사는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보류되는 크로스보더 딜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거래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던 해외변호사들이 아시아 시장 거점인 홍콩 사무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딜 클로징까지 기업 현장실사 등 대면 협상이 필수적이라 결국 코로나19가 완화돼야 제대로 된 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IB 관계자는 “M&A는 결국 사람이 만나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라며 “비디오컨퍼런스를 할 수도 있지만, 유지하는 업무는 진행해도 새로 시작하는 거래에는 비효율적이고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문사도 클라이언트를 만나야 근황을 듣는데 요즘은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분위기”라며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재택을 하면 사실상 딜을 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의 영향이 갈수록 점점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 완화되기 전까진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