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거시) 환경을 보면 대체투자에 우호적인 상황이 앞으로 10년은 지속된다. 대체투자는 통상 채권투자와 비교하는데 저금리 기조로 둘 사이 수익률 스프레드(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김희석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주요국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금리를 내리는 추세인 만큼 대체투자가 매우 유효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희석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리세션(경기 침체)이 나타난다면 자산가격 하락으로 대체투자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세계 주요국들이 금리를 내리고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어 리세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체질 개선 주력… 글로벌 운용사 목표 = 국내 대체투자 전문가로 첫손에 꼽히는 그는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을 거쳐 한화생명, NH농협금융지주 등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기관의 투자책임자로 일하며 국내 운용사들의 부족한 점을 고민했던 그는 대표 취임 이후 하나대체운용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목표는 회사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운용사로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홍콩에 아시아 거점 역할을 하는 인하우스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연내 미국과 유럽에도 글로벌 데스크를 신설할 예정이다.
선진국 수준의 운용 역량을 기르기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딜 클로징에만 치중하고 향후 관리에 소홀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투자 부문과 투자관리 부문을 따로 분리한 것이다. 긴 호흡으로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운용사로 거듭나자는 취지다.
김 대표는 “국내 운용사들은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에만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어 투자 성사 이후 자산 관리에는 신경 쓰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고객 불신은 그런 부분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운용사에 걸맞은 규모 확장도 그의 과제다. 김 대표는 부동산에 70%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인프라팀과 기업금융팀을 육성하고 있다. 취임 당시 90명 수준이던 인력도 내년 말까지 2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8조6000억 원 규모인 자산도 연내 15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운용업계 성장 위해 블라인드 펀드 활성화해야” = 특히 김희석 대표는 국내 운용업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발전하려면 블라인드 펀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먼저 모으고 이후 투자처를 찾아 투자하는 방식의 펀드다. 국내 PEF(사모펀드) 운용업계에 정착된 방식이지만 대체투자 쪽에선 투자 물건별로 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고착화된 상태다.
김 대표는 블라인드 펀드 활성화가 운용사ㆍ투자자 모두에 이로워 금융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용사 입장에서 해외 자산을 매수할 때 충분한 여유자금을 이미 확보한 상태면 딜 장악력이 생긴다”며 “판매자가 돈 있냐고 물어볼 때 ‘구해올게’라고 말하는 것과 ‘지금 입금할 수 있어’라고 답하는 것은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또 운용사들이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해야 제대로 된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봤다. 물건별로 파편화된 투자만 이어간다면 운용사가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블라인드 펀드를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는 운용사가 많아지면 투자마다 관여해야 하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며 “하나대체운용이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을 타깃으로 한 블라인드 펀드를 준비 중이고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블라인드 펀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규모를 계속해서 키워나갈 것”이라며 “국내 운용업계 선진화를 위해 블라인드 펀드도 믿고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약력=1961년생.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 법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대표는 장기신용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IMF 직후 외국계 펀드에서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접했다. 이후 국민연금과 한화생명, NH농협금융지주 등에서 주요 요직과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해 3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