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뱅크런’ 조짐…일부 은행 지점서 현금부족 사태 발생

입력 2020-03-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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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에 10만 달러 이상 고액 인출 증가…금융당국 “1933년 이후 한 푼도 잃어버린 적 없어·예금이 더 안전”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커지면서 미국 일부 은행에서 뱅크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커지면서 미국 일부 은행에서 뱅크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에서 ‘뱅크런(Bank Run·대규모 예금인출)’ 조짐이 보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 은행이나 신용조합에서 대량의 현금 인출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은행 지점이 현금 부족을 호소하는 등 뱅크런 우려가 커지면서 고액 인출에 대해 금융당국이 경고에 나섰다.

아직 뱅크런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WSJ에 “시애틀과 뉴욕 등 부유한 도시에서 한 번에 수만 달러 규모의 예금 인출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1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인출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번 주 한 노인 부부가 25만 달러(약 3억1000만 원)를 한 번에 인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뱅크런 우려가 커지자 트로이 스탱 노스웨스트신용조합협회 최고경영자(CEO)는 “돈을 주머니에 넣어 두는 것보다 금융 기관에 예치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진정할 것을 호소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도 이날 “1933년 이후 FDIC가 보장하는 예금 가운데 1페니도 잃어버린 적이 없다”고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도 “강도들은 은행보다 개인을 터는 것이 훨씬 쉽다”며 “은행 계좌는 연방 금융당국이 보증하고 있으며 물리적으로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폐 대량 인출이 불러올 바이러스 감염 우려도 지적됐다. 콜로라도은행협회는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은행에 돈을 예치하는 것이 현명하다”면서 “달러 지폐 1장은 약 1000회 이상 사람 손을 거쳤으며 묻어있는 세균만 3000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세계 최초로 예금자보호제도를 도입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한도를 10만 달러에서 최대 25만 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은행들도 인출 요구에 대비해 고객 예금의 일부를 떼어내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보관하고 있다. 만일 고객이 일정 범위 이상의 예금 인출을 요구하면 은행은 연은에 있는 자사 계좌에서 긴급 현금 이송을 주문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에 따르면 11일 기준 미국 은행 금고들에 보관된 현금은 총 760억 달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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