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자동차 산업 침체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위기 대응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이다.
현대차는 19일 제52기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2023년까지 3년이다.
앞서 현대차 이사회는 주총을 앞두고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80대 고령인 정몽구 회장은 1999년 3월부터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맡아 현대차그룹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키워냈지만 최근 수년간은 이사회 회의 참석률은 제로다. 사실상 공식 행보는 거의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미등기 임원으로서 회장직을 유지한다.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이기도 하다.
21년 만에 의장직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승계는 당연한 절차로 여겨져 왔다.
다만 현대차 측은 조심스럽게 정 수석부회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에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의장직을 맡더라도 올해는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주총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과 유럽 자동차 공장이 잇따라 공장 폐쇄를 겪는 데 이어, 불확실성의 확대로 자동차 산업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결국, 이사회는 신속한 의사결정 및 위기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의 의장선임을 추진했다.
이사회 안건과 운영 등에 이해도가 높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사회를 끌어가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현대차그룹 조직문화를 바꾸고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지원업체로 방향을 세웠다.
지난해 주총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현대차 측은 "세계 경제위기 우려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급변 등의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