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용정보, 6년간 퇴직금 분쟁 최종 패소…“근로자성 인정된다”

입력 2020-03-19 13:22 수정 2020-04-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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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계열사 KB신용정보가 6년 전부터 진행한 자사 비정규직 퇴직자와의 퇴직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신용정보회사의 위임계약직 근로자들도 사업장과의 종속적 관계가 입증될 경우 사업자가 그 근로자성을 인정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KB신용정보가 현재 진행 중인 10건의 퇴직금 소송도 승소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은 12일 2014년부터 시작된 KB신용정보 비정규직 임대차조사원 퇴직금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원고승소)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은 중대한 법령 위반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마무리 짓는 것을 말한다. 이번 판결은 신용정보사에서 위임계약직 형태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선례로 남게 됐다. 아직 10건의 퇴직금 소송이 진행 중인 KB신용정보의 입장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KB신용정보 퇴직자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사측이 퇴직자에게 업무처리기준과 방식까지 세부적으로 정하는 등 취업규칙이 정하는 것에 준하는 수준의 사항을 시행하고 있던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사용자가 이들의 실적과 업무수행태도를 상시적으로 관리·감독하거나 매일 정해진 시한 내에 업무내용 입력을 지시하고, 매월 지정된 날짜에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을 그 근거로 언급했다. 또한, 위탁계약이 보통 6개월 단위로 지속적으로 갱신돼 사실상 근로제공의 계속성이 보장된 점도 퇴직자들의 근로자성을 입증한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신용정보사는 29개이고, 여기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약 1만8000명이다. 노동계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해당 업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제도권 안으로 포용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하나의 판례이긴 하지만 분명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제도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사용자에게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활용하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정보사 입장에서는 퇴직금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할 경우 퇴직금 지급으로 인한 손실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퇴직금 지급은 회사가 쌓아둔 충당금으로 이뤄지는데 이번 판례로 위탁계약직들의 퇴직금 소송이 무더기로 진행되면, 그 손실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KB신용정보 관계자는 “퇴직금 소송이 있을 때마다 회사가 이분들을 관리·감독하지 않는다는 점, 이분들의 근로자성을 판단할만한 제도를 운영하지 않다는 점을 법원에서 소명하고 있다”면서 “퇴직금 소송으로 회사에 손실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대법원 판례로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은 빠른 시일 내에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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