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안겨줬던 미국 구제금융법안이 지난주 3일(현지시각) 우여곡절 끝에 미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향후 시장 불안 심리가 점차 누그러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금융권에 광범위하게 확산됐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제거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가 이번 신용위기 사태로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 자칫 상업은행 및 일반 기업체까지 신용경색으로 인한 자금난이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최악의 국면은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러나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에 힘입어 금융위기의 급한 불은 꺼지겠지만 실물경기의 후퇴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고 이러한 여파 속에 지난 주말 미국증시는 구제금융안의 하원통과 소식에도 불구하고 큰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먼저 미국의 지난 9월 고용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발표되며 향후 소비경기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고 같은 기간 미국의 비농가취업자수는 예상보다 많은 15만9000명 감소를 기록하며 지난 2003년 3월 이후 최대 감소를 기록했다.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 역시 49만7000명을 나타내며 2001년 9월 이후 최대 인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소비경제와 직결되는 고용부문의 악화는 미국이 빠져들고 있는 수렁의 깊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는 설명이며 이러한 실물경기의 침체에 대한 걱정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침체와 유동성 우려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발표된 국내 산업활동은 전월 대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감소폭도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고 무역수지 적자행진 역시 계속되고 있다"며 "경기의 전환점을 예측하는데 사용되는 경기선행지수는 9개월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경기회복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부진 장기화로 인해 일각에서 부각되고 있는 크레딧 이슈와 관련해 "시중에서 달러화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달러-원 환율이 급격하게 치솟고 있으며, 금융권 내부에서의 단기자금 조달도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경기 확장 국면에서 높은 레버리지를 발생시켰던 기업들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이 쉽사리 가시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와 실물위기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금융위기가 은행 위기를 수반하는 경우 실물 경기 침체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금융위기, 특히 은행위기를 경험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충격이 발생한 이후 평균 7개월이 지난 뒤 저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융시장 상황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으로의 부정적 영향이 제한될 것인지에 관심이 큰 게 사실이나 이번 경우는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신흥시장 채권 가산금리가 이미 고점을 넘어서며 부정적 영향력이 직접적일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고 국내 금융시장 자체적인 상황 역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현 연구원은 "다만 구제금융안의 기본적인 취지를 놓고 봤을 경우 다음 희생자는 누가 될 것인지지 알 수 없이 도미노식으로 확산되는 연쇄 파산사태의 고리를 끊겠다는데 있는 만큼 논란 끝에 통과된 수정 구제금융안에 대해 지나치게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고 시장 불확실성이 분명하게 제거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 재무부가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구제금융법안 통과에 주력했다면 이제 실물경기 침체 완화를 위해 정책금리 인하에 나설 것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지난 IT버블 붕괴 이후 경기침체 완화를 위해 연방기금금리를 1% 수준까지 인하, 현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현행 2%인 연방기금금리가 1%로 재차 인하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