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증시 전문가들은 한ㆍ미 통화스와프 체결, 유럽중앙은행(ECB) 경기부양책 등 정책들이 속속 증시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침체됐던 글로벌 증시가 3월 말~4월 초순경 반등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할 것을 권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와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했다. 기간은 올해 9월 19일까지 6개월간이다. 한국은행은 통화스왑을 통해 조달한 미국 달러를 곧바로 금융권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한미 통화스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300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이다.
현재 글로벌 안전자산ㆍ위험자산에서 동반 자금이탈이라는 패닉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달러 수요 폭증하며 달러인덱스는 103p를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 속에 기축통화국인 미국으로부터 달러를 공급받게 되었다는 점은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것이다. 심리적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실질적인 달러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미국과 통화스왑 계약은 2008년 10월(300억 달러)에 있었다. 당시에도 패닉장세에 시달리던 KOSPI 시장에 단기 바닥, 기술적 반등의 계기가 되었다. 2008년 10월초 1200원대였던 원ㆍ달러 환율은 장 중 1492원(10월 28일)까지 폭등했고, KOSPI는 장 중 900선(10월 27일)이 무너졌다. 연속된 패닉장세 속에 분위기 반전을 야기한 것은 1) 미국 연준의 액션과 2) 한미 통화스왑이었다. 2008년 10월 27일 연준은 기업어음 매입을 시작했고, 10월 28일 300억 달러의 한미 통화스왑이 체결되었다. 이후 원ㆍ달러 환율은 곧바로 1200원대로 내려앉았고, KOSPI는 장 중 1200선(11월 5일) 회복시도에 나섰다.
이번 한미 통화스왑을 통해 19일 급등한 외환시장은 물론, 연일 패닉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일정부분 제어될 것으로 예상한다. KOSPI를 비롯한 한국 금융시장에 안정성 강화의 1차 조건은 마련되었다고 본다. 역외환율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250원대로 내려앉았고, 야간선물도 6.6p상승(19일 종가대비 3.34%)했다.
KOSPI 추세반전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KOSPI는 2008년 10월 단기 저점 확인 이후 2009년 3월까지 5개월 간의 박스권 등락이 지속되었다. 금융위기의 중심이었던 미국 S&P500이 2009년 3월에 진바닥을 확인하고, 분위기 반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2009년 3월에는 FED의 MBS매입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계획되었고, 발표되었던 FED의 정책이 실제 시행된 것이다. 이와 함께 3월 10일 시티그룹의 실적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금융위기의 중심에 있었던 미국 은행권이 이제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이번 복합위기로 일컬어지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1)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CP매입 등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2)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19 글로벌 펜데믹 현상의 진정이 필요하다. 3)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심리를 자극한 중국 경제지표의 반등이 확인되어야 한다. 3월말 4월초가 KOSPI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전일 한국 증시는 뉴욕주 주지사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코로나 확진자가 수만명이 있을 것이다”고 주장한 이후 투매가 출회되며 급락했다. 특히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 모두 매도하고 달러/원 환율이 1,300 원 가까이 상승하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극단적으로 진행되며 시장은 공포에 휩싸인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이 종료된 이후 유럽장과 미국장에서는 이러한 악재성 재료를 뒤로하고 ECB 와 연준의 정책 발표에 힘입어 상승을 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한국을 비롯해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졌던 호주 등 9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통화 안정을 추진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금융위기 당시보다 2배 규모인 600억 달러라는 점에서 환율 안정이 기대된다. 이는 주식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제한될 수 있지만 최근 공포에 휩싸인 금융시장 안정 가능성은 높다. 더불어 오늘 중국 인민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편, 미국 내에서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기반 기업들이 상승을 주도하는 등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경향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치료제 임상이 하나 둘 이어지고 있으며,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연준은 회사채 매입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추가적인 정책 대응을 시사한 점은 공포를 약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증시에서도 공포 보다는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