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스피시장이 美 상원 구제금융법안 통과 소식에도 불구 구제안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환율 급등 부담으로 하락했습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1일)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7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경기후퇴(recession) 우려와 구제금융법안 표결을 앞둔 불안감에 소폭 하락마감했습니다.
소폭 상승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1460선에 육박하는 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외국인 매물출회와 함께 되밀렸고 정작 美 상원 구제금융안 통과(찬성 74표, 반대 25표 가결)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는 기대감 소멸로 낙폭이 확대됐습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20.02p(1.39%) 내린 1419.65p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외국인이 3236억원 순매도로 사흘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간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249억원, 795억원 매수우위를 보였습니다.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거래(+2053억원)와 비차익 거래(+2149억원) 모두 매수우위를 나타내며 전체 4202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구제금융안 상원 통과 호재에도 금융불안감이 제거되지 못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했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6.5원 오른 1223.5원으로 마감, 5년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경기방어株 선전
경기침체에 둔감한 통신주와 구제금융법안 통과시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주들의 선별적인 강세가 이날도 이어졌습니다.
8월에 이어 9월에도 이통시장이 안정되고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면서 이통 3사들의 3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에따라 SK텔레콤(1.39%)과 LG텔레콤(3.10%)이 올랐고 R(recession) 우려 확산에 따른 경기방어주 선호 분위기도 통신주들의 강세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 밖에 대표적 경기방어주들인 KT와 KT&G, 한국전력은 보합세로 선전했습니다.
삼성화재(3.57%)와 동부화재(2.50%), 흥국쌍용화재(5.12%)가 오른 반면 코리안리(-4.22%), 메리츠화재(-1.06%)가 내리는 등 시장전반의 심리가 취약한 탓에 일부 보험주들의 강세가 업종 테마로 연결되지는 못하는 흐름이었습니다.
업종별로는 보험(1.45%), 통신(0.83%), 음식료품(0.37%), 섬유의복(0.29%) 업종이 올랐고 전기가스(-0.14%), 의약품(-0.31%), 증권(-0.32%), 운수창고(-0.49%), 은행(-1.04%), 전기전자(-1.10%) 업종이 비교적 견조했습니다.
반면 환율 폭등으로 수입원가 부담이 높아진 철강금속(-4.82%)을 비롯해 경기침체 영향을 크게 받는 건설(-4.14%)과 기계(-2.45%), 선물환 거래로 환리스크가 우려되는 일부 조선주 중심의 운수장비(-1.93%) 업종이 부진했습니다.
국민연금의 불참선언으로 매각작업에 혼선을 빚게된 대우조선해양이 파생상품 평가손실 부담과 더불어 7.10% 급락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경기방어주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삼성전자가 0.94% 내린 것을 비롯해 POSCO(-4.81%), 현대중공업(-3.07%), 신한지주(-1.20%), 현대차(-0.95%), LG전자(-0.95%) 등 업종대표주들이 두루 약세를 보였습니다.
멜라민 공포에도 불구 롯데제과가 외국인 매수를 등에 업고 3.61% 올랐고 라면 판매 호조 소식에 농심(3.39%)이 상승하는 등 주요 식료품주들이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한편 철강가격 하락 전망에 현대제철이 8.70% 급락했고, 건설 자회사 진흥기업의 실적 우려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 처분 부담으로 효성(-9.91%)의 낙폭이 컸습니다.
NHN(-3.20%)의 코스피 이전 추진으로 위상 추락이 염려되는 코스닥시장에서는 통신주 하나로텔레콤(보합)과 키움증권(0.18%)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20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태웅(-7.86%)과 평산(8.68%), 현진소재(-7.66%) 등 조선기자재주들의 낙폭이 깊었고, 니치아 특허분쟁 승소 호재로 급등했던 서울반도체(-9.02%)가 외국인 매물과 함께 하루만에 급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미국 타이어업체 인수를 통해 탄소나노튜브 제품 상용화를 추진 중인 에스씨디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태양전지 양산 합작사를 설립하는 케이피에프가 7.48% 급등했습니다.
코스닥, 해외증시 불안 + NHN 상장폐지 이중고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의 약 10%(2일 마감기준 10.56%)를 차지하며 코스닥시장의 안정에 크게 기여해온 대장주 NHN이 코스피시장으로의 이전상장 방침을 확정, 코스닥시장이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NHN은 2일 이사회를 열어 코스피시장 상장을 위한 코스닥 상장폐지 의안을 승인, 오는 11월14일 임시주주총회의에 상정키로 했습니다.
주가조작, 분식회계, 잇단 공시 번복과 경영진의 횡령•배임 빈발, 회계기간별 극심한 실적변동 등으로 신뢰가 무너지고, 엔씨소프트, 기업은행, KTF, LG텔레콤, 아시아나항공 등 우량기업들의 꼬리를 무는 탈출로 코스닥의 위상이 추락하는 가운데서도 코스닥시장을 든든히 지켜왔던 NHN마저 떠남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위축은 물론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NHN이 이전을 결정함으로써 이미 코스피 이전 예심을 통과한 부국철강 등 기업신인도 하락을 우려한 우량 중소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코스피 이전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또다른 부담입니다.
그간 코스닥시장은 상장 이후 급속한 실적 악화와 경영권 포기 등으로 수년만에 상장폐지가 결정되는 기업들이 속출한만큼 문턱이 낮았습니다.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를 늘리기 위해 진입이 자유로왔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장심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장 이후 감독관리도 미흡했습니다. 각종 횡령이나 배임, 이상급등락(주가 조작) 등 코스닥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됨에도 사전 모니터링이나 감독체계가 강화되지 못했던 점 또한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하겠습니다.
우량기업들의 잇단 외면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코스닥시장 참여가 줄어들고, 개인투자자들의 참여 비중이 늘면서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과정에서 저평가된 우량기업들이 투자심리에 휩쓸리며 더욱 피해를 보게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코스닥시장이 하루빨리 자정 및 감독 강화를 통해 시장을 선진화하고 신뢰를 회복, 추가 우량기업들의 도미노 이탈과 같은 악순환이 방지되기를 기대합니다.
신용위기 고개 넘으니 '경기후퇴'
상원에 이어 하원이 7천억불 규모의 구제금융 법안을 승인하고 부시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예상대로 구제금융법안이 발효됐습니다.
웰스파고의 와코비아 은행 인수 소식에 힘입어 장중 구제안 승인에 대한 기대감과 웰스파고의 와코비아 인수 소식에 힘입어 장중 3%대의 랠리를 펼치던 주말 뉴욕증시는 구제안의 실효성 의문과 다시 불거진 R(경기후퇴: recession) 공포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뒤 약세로 마감했습니다.
우리 증시가 개천절 휴장에 들어간 이후 뉴욕증시는 리세션 공포로 이틀간 5% 이상의 급락세를 펼친 셈입니다.
사안의 심각성과 시급함으로 인해 구제금융법안이 승인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터라 장분위기를 반전시켜줄 새롭고 강력한 모멘텀이 되지 못했고, 그간 신용 우려에 가려져있던 '경기침체' 악재가 시장 전면으로 재부각되는 양상입니다.
구제금융법안 처리와 함께 시장의 관심이 '경기'와 '3Q 기업실적'으로 옮겨갈 것임은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예상보다도 시장의 심리는 약한 모습입니다.
S&P500지수는 지난주 블랙먼데이에 기록한 장대음봉 저점을 하회, 심리적 지지선인 1100선마저 사수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보였습니다.(1099.23p 마감)
잃어버린 신뢰는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돼야 완전히 회복되며 구제금융책의 효과가 가시화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때문에 이번 구제안 처리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고비를 넘겼을뿐 신용악재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리보금리가 연일 치솟고 있고 국내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가 새롭게 거론되는 등 신용악재는 증시를 앞으로도 오랜기간 괴롭힐 전망입니다. 승인에 진통을 겪은 7천억불 구제안보다 더 강력한 후속대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저가매수의 기회로 보고 골드만삭스 투자에 나선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조차도 "구제금융 법안이 신용경색을 푸는데 도움을 주겠지만 경제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형 투자은행들과 보험사, 저축은행 등 주요 부실금융기관들의 합종연횡 및 긴급 유동성 수혈, 부실채권매입 기구 설립 토대 마련(구제금융법안 승인)으로 인해 (신용경색이 한동안 지속될지라도) 신용위기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IB업계 1위 골드만삭스나 씨티그룹 등의 초대형 은행들이 도산되지 않는 이상 향후 신용과 관련해 과거보다 더 큰 악재들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신용위기 악재의 영향력이 다소 약화된 가운데, 신용경색의 영향을 받은 실물경제의 침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우호적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지만 핵심 경기지표라 할 수 있는 고용 성적표가 일단 좋지 못합니다.
허리케인 여파로 '지난주 美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7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된데 이어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감소폭이 월가전망치(11만명)를 크게 웃도는 15만900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저가매수 진입을 저울질하던 가치투자자들에게 골드만삭스 투자로 용기를 불어넣었던 워렌버핏은 "미국의 경기후퇴 국면이 바닥을 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 리세션 우려를 부추겼습니다.
'경기'로 시장 포커스가 이동함에 따라 향후 경기회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게 되고, 유일하게 남은 카드인 연준의 '금리인하' 이슈도 머리를 들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시간과의 싸움..실적株 쥐고 인내
신용위기 최악의 국면을 통과했다는 공감대 형성에도 불구 증시 분위기를 180도 전환시켜줄 모멘텀이 부재하고 투자심리와 시장 에너지가 매우 취약한 상황입니다.
신용위기 악재의 빈자리를 실물경기 악화(경기침체)가 대체한 가운데 대역전의 모멘텀도 없어 시장은 여전히 바닥탐색에 주력할 전망입니다.
다만 악재들이 새롭거나 매도세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시장체력이 워낙 약해서 조정이 장기화되고 있는만큼 현구간에서 매도를 고려하는 전략은 실익이 크지않다고 하겠습니다.
급력한 가격조정보다는 에너지를 비축하며 반전의 단초를 기다리는 '시간과의 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락추세의 연장으로 인해 단기 매매의 승률은 낮을 수 밖에 없는 국면이므로 무리한 단기 매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역동적으로 오르지 못해도 현구간 추가하락 여력은 크지 않은만큼 워렌버핏처럼 긴 호흡으로 차분히 저평가주들에 접근한다면 궁극적으로 투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좀처럼 축소되지 않고 있는 시장에서 뇌동매매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간에 투자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글로벌 증시의 추세전환 타이밍을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밸류에이션이 중요한 장기투자자에게는 분명 저가매수의 구간입니다. 경기와 기업실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이므로 '믿을 건 실적뿐'이라는 관점에서 어느때보다 실적株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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