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소재 모 어린이집에서 10년 넘게 교사 생활을 했던 정모(47) 씨가 최근 고용복지플러스 센터를 찾아 실업급여(구직급여)를 신청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휴원 조치 등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려던 부모들이 입학을 미루거나 취소하면서 근무하던 어린이집 7개 반 중 3개 반이 문을 닫았다. 결국 나를 포함한 3명의 교사가 퇴사했다”며 “당분간은 재취업이 어려워 실업급여를 받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충주의 한 중소여행사에서 3년 정도 일한 박모(32) 씨도 얼마 전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박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 수요가 급감해 사업장 사정이 어려워지자 권고사직을 권유받고 결국 퇴직을 결정했다. 현재로선 실업급여 수급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장의 경영 부담이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잃어 실업급여 신청에 나서는 퇴직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업급여 신청 급증으로 3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은 2월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7819억 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청자 수(10만7000명)는 전년보다 2만7000명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영향보다는 상·하한액 상향 등 생계 보장 기능 강화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경기 타격이 본격화한 이달 들어서 실업급여 신청차가 전달보다 많아지고 있단 얘기가 고용센터들에서 들리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2월 지급액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업급여는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실업자의 생활과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최단 4개월, 최장 9개월 동안 주는 돈(최대 월 198만 원)으로 퇴사일 기준으로 이전 18개월 근무 기간 중 최소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퇴직자가 신청 대상이다. 단 정년퇴직, 정리해고, 권고사직, 계약기간 만료 등 비자발적인 사유여야만 지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휴업에 나서는 사업장이 갈수록 늘면서 비자발적 퇴직자 급증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29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근로자 지급 휴업·휴직급여 중 일부 지원)을 지급받기 위해 고용부에 휴업·휴직 조치 계획 신고를 한 사업장은 1만7866곳에 달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후유증이 커진 2009년 신고 사업장 1만3000곳(연간 최고치)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정부는 이달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사업장의 근로자 고용 유지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율을 최대 90%까지 상향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업장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경우 휴업·휴직 근로자 중 많은 수가 퇴직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는 채용시장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국내 대기업인 롯데, SK, 삼성, 포스코는 대졸 공채 일정을 연기하거나 확정하지 못했으며 현대차, LG, GS, 한화, CJ는 공채 잠정 중단을 고려 중이다. 이유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와 실적 부진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고용시장 한파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국내외 경기침체 가시화로 민간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져 직원 채용은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 하강 최소화를 위해선 정부가 과감한 규제 완화 등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책을 적극 펼치고, 기존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생계 지원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