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판결문 공개…‘증거인멸·포렌식 명령 위반’ 인정

입력 2020-03-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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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적 조사 방해로 공정하고 효율적 재판 진행 어려워"

▲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판결문 일부 발췌
▲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판결문 일부 발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 중인 SK이노베이션이 증거 인멸과 고의적인 포렌식 명령 위반으로 법정 모독 행위를 자행해 이에 따른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고 밝혔다.

22일 ITC가 공개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소송 관련 조기패소판결문에 따르면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 및 포렌식 명령 위반에 따른 법정모독 행위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 신청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ITC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을 내렸다.

ITC는 판결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인지한 작년 4월 30일부터 증거보존의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으나, SK이노베이션은 이 시점 이후에도 적극적(actively)으로 문서들을 삭제(destroy)하거나 혹은 삭제되도록 방관했다”고 밝혔다.

이어 ITC는 “SK이노베이션의 경쟁사 정보(영업비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조직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뤄졌고, 외부에도 알려져 있었으며, 법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문서 삭제가 범행 의도(culpable state of mind) 없이 통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일관성이 없을뿐더러 타당하지도 않다”며 “SK이노베이션의 문서훼손 행위는 영업비밀탈취 증거를 숨기기 위한 범행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것이 명백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만약 통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정당하게 문서 삭제가 진행됐다면, 문서 삭제를 위해 발송된 지시 내용을 없애려고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인멸된 증거들의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LG화학에 피해를 끼친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포렌식 명령 위반과 관련해 ITC는 “포렌식 명령의 아주 중요한 목적은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SK이노베이션에 남아 있을 수도 있는 모든 문서를 복구하기 위함이었다”며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이 고용한 포렌식 전문가는 ITC 행정판사의 포렌식 명령과는 다르게 조사범위를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로 제한시켰는데, 이는 부당한 법정모독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ITC는 “만약 (포렌식 자료의) 기본 데이터 양 때문에 포렌식 조사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면, SK이노베이션은 이러한 이슈를 LG화학의 포렌식 요청서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제출했을 때 또는 중간보고서 제출 기한을 연장시켜달라고 요청했을 때 판사에게 제기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포렌식 조사범위 제한에 대한 그 어떠한 합리적인 해명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ITC는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핵심이 정보의 떠한 정보가 피신청인의 소유에 있는지 확실하게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여타 소송과는 달리 ‘증거인멸 행위’에 아주 민감하고 증거개시 절차에서 명령을 준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에서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으로 인한 법정모독이 인정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적합한 법적제재라고 판단했다.

ITC는 “어떠한 정보를 얼마만큼 탈취했는지가 증거인멸 때문에 확인이 불가능하다면, 자연스럽게 소송의 차후 쟁점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며 “그로 인해 LG화학이 제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없음은 물론 판사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피해는 (SK이노베이션이) 악의(bad faith)와 조사를 방해(impairment)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의 결과임이 명백하다”며 “법적제재의 목적은 단지 법적제재를 받아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저지른 당사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 발생 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위반 행위를 예방(deter)하기 위함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기패소 판결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 소송은 ‘변론’ 등의 절차나 추가적인 사실심리, 증거조사 없이 10월 5일 최종 결정(Final Determination)이 내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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